[세계의 창] 日 자민당 집권이 바뀌지 않는 이유

입력 2021-05-24 17:27   수정 2021-05-25 00:07

일본 자민당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 지지율이 작년 9월 16일 출범 시 64%에서 이달 22일 31%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마이니치신문 이달 22일자).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래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60년 이상 집권 여당을 유지해 왔다. 이런 연유로 일본의 정권 교체는 집권당 교체가 아니라 자민당 총재가 바뀌어 새 총리로 지명되는 것이다. 왜 일본에선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양당 정치나 한국처럼 신당 창당에 따른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두 가지 일본 속담으로 자민당 장기 집권의 이유를 풀어가며 정국 향방을 가늠해 보자.

우선, ‘강한 권력에는 대들지 않고 따르는 게 득’이라는 속담이다. 일본인들은 이 속담처럼 강자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숙이고 들어가는 속성을 보인다. 정치계에서는 자민당이 강자다. 그런 자민당에 정치는 맡겨버리고 개인들은 제각각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 왔다. 인간의 존엄, 인권 존중 등의 추상 개념에 대한 의식도 높지 않다. 새로운 안건이 나온다 하더라도 기존 질서를 뒤엎고 새 판을 짜 대응한다는 발상도 미약하다. 혁신성을 들고 나오는 군소정당이 있기는 하나 두꺼운 판으로 자리잡은 자민당에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다음으로 ‘싸우는 자 양쪽 다 처벌하기’라는 속담이다. 종적 사회로서의 특성이 강한 일본에서 상호 대립각을 세웠다가 밀려나게 되면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직관적 두려움이 깊이 내재돼 있다. 역사적으로 정주(定住) 성향이 강한 일본인들에게 자신이 속한 ‘무라(村·공동체)’에서 소외되는 것은 삶 자체가 부정될 수 있는 절박한 문제였다. 구성원들로부터 따돌림받게 되는 ‘마을 추방(村八分·무라하치부)’은 무엇보다도 무서운 형벌이었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당에서 배제되지 않고 남아 있으려 안간힘을 쓴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오는 9월 말까지다. 총리의 강력한 권한 중 하나가 국회 중의원(衆議院) 해산권이다. 7월 23일부터 시작되는 도쿄올림픽을 어떻게든 성공시켜 인기를 높인 다음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 승리로 재집권한다는 것이 스가의 시나리오이겠다 싶다. 코로나19로 상황이 뒤틀리자 스가는 “7월 말까지 65세 이상 고령자의 백신 접종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예정대로 백신 접종을 진행시키며 올림픽을 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스가의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자민당 여당 체제는 계속될 듯하다.

일본에서 양당 정치가 정착되지 못하거나 신당 창당에 따른 정권 교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속담들이 시사하듯 강한 권력에는 알아서 숙이고, 맞짱뜨기식 논쟁을 꺼리는 특유의 분위기가 깔려 있다.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토론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조직의 집행위원회에서 정한 결정에 따르는 쪽을 선택한다. 개인이 조직의 결정에 반항하거나 고집을 피운다고 하더라도 먹혀들지 않으며, 조직에 파묻히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과는 달리 한국 사회의 맹점은 ‘분열’이다. 설사 상대방의 의견이나 정책이 합당하다고 해도 선뜻 인정하지 않고 억지 부리기가 횡행한다. 남들이 지닌 아이디어를 잘 결집한 형태로 지속적 에너지를 뿜어내기 어려운 약점을 드러낸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인상이지만 헛수고나 헛발질도 수두룩하다. 존중과 겸허의 미덕이 살아날 때 성숙한 사회로 거듭난다. 30여 년 전 사회지도자로 추앙받은 김수환 추기경의 ‘내 탓이오’라는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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