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 같던 단톡방…GTX-D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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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24 17:47   수정 2021-05-25 00:25

'군사작전' 같던 단톡방…GTX-D 움직였다

“정부와 언론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대책위원회가 필요합니다.”

지난달 24일 회원 수 11만 명인 한 부동산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틀 전인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노선 계획안에 반발하는 내용이었다. 게시글에는 “GTX-D노선은 경기 부천이 아니라 서울 강남까지 연결돼야 한다”며 “6월 계획안 확정 고시 전 대책위를 꾸려 정부와 언론에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SNS 통해 순식간에 의견 모아
이후 과정은 ‘군사작전’처럼 빠르게 진행됐다. 몇몇 김포·검단 지역 주민은 24일 오프라인에서 첫 회의를 열고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이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개설한 뒤 25일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김검연대)’란 조직을 출범했다. 국토부 발표 사흘 만이었다.

현재 카페 회원 수는 5000명을 넘었다. 강형구 김검연대 위원장은 “주민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이다 보니 발 빠르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게 됐다”며 “인터넷 카페와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거나 집회 계획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부 정책에 반발하거나, 각종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론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최근 들어 더 빠르고 강하게 증폭되고 있다. 이들은 지역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올리고 카톡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인원을 모은 뒤 집회나 청와대 청원 등에 나선다.

여론이 모이는 계기와 주제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거대 담론이나 정치색을 띤 문제를 두고 여론이 형성되는 일이 많았다. 서초동 ‘조국수호집회’, 광화문 ‘태극기집회’ 등이 그랬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사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키우는 시민이 늘었다. GTX-D노선을 둘러싼 집회가 대표적이다. 영종·청라국제도시 주민으로 이뤄진 ‘GTX-D 인천시민추진단’은 지난 23일 청라동 청라호수공원 일대에서 노선 변경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었다. 지난 23일 한강공원에서 숨진 손정민 씨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도 카톡 오픈채팅방에서 의견이 모여 성사됐다.
적극적 문제 제기로 정부 정책 뒤집어
이렇게 모인 조직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집회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한다. 김검연대는 지난 23일 언론 보도에 관해 ‘바로잡습니다’란 홍보물을 직접 만들었다.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한 기사 5개를 꼽아 직접 보도 설명·해명자료를 제작했다. 이 밖에 현수막 제작비용 모금, ‘언론제보 챌린지’ 등도 한다.

‘화력’이 워낙 세다 보니 정치권과 정부도 즉각 반응하는 추세다. 지난 16일 국토부는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GTX-D노선을 서울 여의도와 용산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서초구 경원중이 혁신학교로 지정된다는 소식에 학부모가 거세게 반발하자 서울교육청이 사실상 지정을 철회했다.

이때도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단체 채팅방이 결성돼 주민이 언론에 문제점을 제보하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국회에 집단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카톡방에서 거액의 변호사 비용 모금이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마감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론 결집 방식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지역 이기주의에 함몰된 주장이나 가짜 정보가 유통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카톡방을 통해 “부정적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잦아 변질된 여론이 건강한 공론장을 손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향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시민단체는 공적 목적으로 결성돼 나름의 책임감을 갖고 의견을 밝혔는데, 최근에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집단에 유리한 것만 내세우는 경향도 엿보인다”며 “정치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사실과 다르거나 특정 집단의 이득만을 챙기는 주장을 무작정 따르면 되레 민주주의가 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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