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2' 청와대 땅이 1.7만불…블랙핑크 가상 사인회 4300만명 모여

입력 2021-05-24 17:38   수정 2021-06-01 16:23


“서울대 캠퍼스를 매입한 뒤 팔아 60%의 수익을 올렸다.” “아부다비 땅과 함께 유전도 매입했다. 곧 석유 거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온라인에 올라온 부동산 구매게임 ‘어스2’ 투자자들의 후기다. 지구를 그대로 본떠 10㎡ 단위로 가상세계 속 땅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게임. 게임이지만 실제 돈이 오간다. 작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할 때 10㎡당 가격은 0.1달러였다. 현재 미국 땅은 평균 58.14달러, 한국 땅은 23.18달러로 뛰었다. 한 중국인이 지난해 일찌감치 사들인 청와대 일대 땅(5060㎡)의 현재 시세는 1만6866달러다.


많은 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가상의 땅을 실제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 온라인 공간에 집을 지어놓고 가구를 교환하는 일, 아바타를 통해 공연을 즐기는 것 등. 하지만 메타버스는 현실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가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기업들도 앞다퉈 미래시장이라고 외치며 뛰어들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그룹이 탄생한 것처럼 투자자로선 ‘텐 배거(10배 수입)’ 종목을 찾을 기회이기도 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메타버스 시대
메타버스는 Z세대에겐 익숙한 놀이터다. 원격 수업이 끝난 뒤 10대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제페토에 모인다. 네이버가 만든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다. 각자의 분신인 아바타들은 한 공간에 모여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떤다. 레고 모양의 아바타가 가상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한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는 레고 블록을 쌓아 원하는 공간을 창조할 수도 있고, 직접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 또 다른 게임 플랫폼 마인크래프트에서는 국내외 대학의 입학식, 졸업식이 아바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메타버스가 기존 증강현실, 가상현실(VR), 평면적 게임과 다른 점은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작용은 가상을 현실처럼 만든 결정적 요인이다. Z세대는 열광했다. 세계 제페토 가입자는 2억 명을 넘어섰고, 로블록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억6000만 명에 달한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3억5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10대는 로블록스에서 하루평균 156분을 보냈다. 틱톡(58분), 유튜브(54분)보다 메타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10대들의 놀이터?
‘메타버스=10대의 게임 놀이터’는 아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게임 기업이 메타버스 선발주자가 된 것은 시각화가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미래는 학습, 쇼핑, 업무 회의 등까지 가능한, SNS를 뛰어넘는 다른 차원의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포트나이트를 라이벌로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무 시간은 물론 한정된 여가 시간까지 메타버스에서 보내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의미다.

포트나이트는 이미 게임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공연 플랫폼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포트나이트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었다. 1230만 명이 몰렸고, 이날 하루 216억원을 벌어들였다. 제페토에서 가상 팬사인회를 연 걸그룹 블랙핑크의 아바타를 보기 위해 모인 인원은 4300만 명에 달했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도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갔다.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가상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월마트 등은 신입 직원 교육용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에서는 VR·AR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메타버스 테마로 묶이며 주가가 급등하는 일도 벌어졌다.
산업 간 진입장벽을 허물 메타버스
이런 진전에도 메타버스에 필요한 기술은 여전히 미흡하다. 아직 향기를 맡거나 맛을 볼 수 있는 고급 기술은 대중화되지 않았다. 가장 인기 있는 로블록스와 제페토는 여전히 PC와 스마트폰에 최적화돼 있다. 현실감을 느끼게 해줄 VR·AR 기기는 기술적인 한계로 아직 부자연스럽다. VR 기기를 머리에 쓰면 사용자가 가상세계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줘야 하지만 그 수준에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들이 뛰어든 만큼 기기 개발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페이스북이 내놓은 VR 기기 ‘오큘러스2’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던 VR 기기 특유의 부자연스러움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판매가 급증했다.

기기 발전은 몰입도를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산업의 진입장벽을 허물어 버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육 분야가 대표적이다. 해외 유명대학은 큰 투자비용 없이 원격으로 국내에 분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더 이상 도시 한복판에 대형 가구점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며 “인터넷의 다음 버전인 메타버스에서 일하고 쇼핑하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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