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수혜 기대했는데…반도체·이차전지·백신株 ‘주르륵’

입력 2021-05-25 07:42   수정 2021-05-25 07:44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전기차·백신 분야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 계획이 구체화됐지만, 지난 24일 우리 증시에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가 좋지 못한데다 이미 관련 기업 주가에 반영됐다고 봐서다. 반면 한미정상회담 개최 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원자력발전(원전) 분야 협력과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에 대한 내용이 양국이 채택한 공동성명에 담기자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대규모 투자 발표한 반도체·이차전지, 주가는 지지부진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지난 주말 종가 대비 12.12포인트(0.38%) 하락한 3144.30에 마감됐다. 장 초반에는 혼조세를 보이며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약해진 투자심리가 드러났다.

한미정상회담 기간 동안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반도체, 이차전지 분야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였다.

미국 현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17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400원(0.50%) 하락한 7만9700원으로 마감하며, 8만원선을 다시 내줬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오히려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000원(2.45%) 빠진 11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차전지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공장과 독자적 공장의 증설에 나서 현재 연산 5기가와트시(GWh)인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145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000원(0.22%) 하락한 89만2000원을 기록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지난 금요일 종가 대비 8500원(3.04%) 빠진 27만1500원에 전일 거래를 마쳤다.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Blue Oval SK)’ 설립 발표, 문재인 대통령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방문 등 이벤트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백신 협력 방안은 기대 이하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받는 대가로 인식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 방안도 구체화됐지만,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모더나 백신의 완제품(DP) 생산을 맡기로 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주 종가 대비 3000원(0.35%) 하락한 85만8000원에 마감됐고, 노바백스와 백신 개발·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1500원(0.93%) 오른 16만3000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 24일 장중 두 회사 주가는 5% 넘는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주가가 흘러내렸다.

한미 백신 협력은 대상 기업의 주가도 크게 올리지 못한 데 더해, 다른 코로나19 백신 관련주들의 주가를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자체적인 백신 개발을 하고 있는 진원생명과학(-12.32%)과 셀리드(-4.98%), 러시아 백신 위탁생산(CMO) 컨소시엄을 구성한 휴온스글로벌(-6.14%)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3.65%), 모더나 백신의 DP 생산 기대감이 있었던 녹십자(-6.11%) 등의 주가가 비교적 크게 빠졌다.
“투심 약화와 정상회담 기대감 선반영 때문”
한미정상회담 수혜가 기대됐던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이유로 ‘약화된 투자심리’가 꼽혔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를 상승시킬 모멘텀이) 소진된 상태이다 보니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렵고, 이는 관망세를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계속될 것인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언제부터 긴축에 돌입할 것인가 등에 대한 해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여서 증시의 방향성 수립이 어렵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수준의 결과만 나오다 보니 시장이 반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우리 기업들의 44조원 규모 미국 현지 투자 계획도 기존에 있던 투자 계획을 모아서 발표한 것이었다. 한미정상회담 수혜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 주말까지 해당 기업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장중 8만1500원까지 올랐다가 8만100원으로 마감됐다. 지난주 월요일(17일) 8만원선이 무너진 뒤 사흘만에 회복한 터였다. 주간 단위로는 SK하이닉스가 3.38%, LG화학이 4.68%, SK이노베이션이 4.09% 각각 상승했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모더나 백신의 CMO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14일 주가가 94만8000원까지 치솟아 코스피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모더나와의 협력 방안은 당초 기대보다 후퇴한 DP 생산에 불과했다. DP 생산은 백신 원액을 공급받아 병입, 라벨링 등을 수행하는 걸 말한다. CMO 계약이 맺어졌으면 한국 바이오산업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 협력과 미사일지침 해제…관련주 급등
반면 한미정상회담 개최 전에는 기대감이 형성되지 않았던 원전과 우주항공 관련 기업의 주가는 급등했다. 원전 분야 협력이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문에 담기고, 한미 미사일지침이 42년만에 해제된 영향이다.

전일 두산중공업은 지난 주말 대비 650원(4.68%) 오른 1만4550원에, 한국전력은 1250원(5.29%) 상승한 2만4900원에 각각 마감됐다. 한미 양국이 중동과 유럽 등 제3국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하며 ‘원전 동맹’을 구축한 덕이다.

한미 정상이 채택한 공동선언문에는 “원전 사업의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해외 신규 원전 수주를 독차지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이번 한미 원전동맹 구축으로 양국의 수주 경쟁력이 향상되고 관련 산업 생태계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를 계기로 한국은 사거리 제한 없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방위산업 관련 기업인 LIG넥스원(9.75%)과 한화시스템(3.75%), 우주항공 관련주인 한국항공우주(3.81%)와 AP위성(6.94%) 등이 상승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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