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이 줄서는 뉴욕 월가…직장인들 "사무실 복귀 싫다" [현장 리포트]

입력 2021-05-25 09:18   수정 2021-05-25 09:26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쪽에 위치한 월스트리트. 증시 활황을 기원하며 만든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 조각상 앞에 긴 줄이 생겼다.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30여 명 몰리는 등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모습을 거의 회복한 듯 보였다.

거리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행인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뉴욕주가 지난 19일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데 따른 영향이다. 식당이나 카페 등의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일반 건물에 출입할 땐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이동식 코로나 검사소’는 썰렁했다. 광범위한 백신 접종 덕분에 발열 등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3만2000여 명의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도시의 모습 같지 않았다.

이 곳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으면 결과를 얻기까지 최장 3일이 걸리지만 간편 테스트를 통해 15분 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하지만 확진자가 많이 줄면서 요즘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으로 미국 전체에서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사람은 인구 대비 49%다. 뉴욕주의 접종률은 평균을 웃돌면서 54%를 기록 중이다. 백신을 한 번만 맞더라도 항체 형성률은 60~70%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미소니언의 국립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은 여전히 굳게 문을 닫은 상태였다. 정문 앞엔 ‘관람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뉴욕은 ‘100% 정상화’까지 한달여를 남겨두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7월 1일부터 모든 경제 활동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선언해서다.

뉴욕시는 이날 별도로 “오는 9월 시작하는 가을 학기부터 모든 학교의 수업을 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원격 수업은 폐지한다”고 밝혔다. 뉴욕시는 초·중·고 학생만 100만 명에 육박하는 미국 내 최대 교육구다.

월스트리트의 복귀는 좀 더 빠른 편이다. 금융 시장의 상징 격인 뉴욕증권거래소엔 이미 대다수 직원들이 복귀한 상태다. 여전히 외부인 출입은 막고 있지만, 접종을 완료한 직원을 대상으로 정상화 절차를 상당부분 진행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다음달 14일까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완료할 계획이다. 전원 출근해야 한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도 7월부터 대다수 직원들이 뉴욕 사무실로 복귀해야 한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금융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100% 정상화’를 반기지 않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직장인들은 팬데믹 이전의 생활을 그리워하면서도, 스트레스 받는 사무실 근무와 교통 체증, 양복 착용 등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뉴욕의 한 전자 관련 대기업이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여부를 설문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조사에 응한 직원 중 15%만이 “접종을 완료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 평균 접종률이 50%에 달하는데다 화이트칼라 접종률이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답변 오류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무실로 복귀하고 싶어하지 않는 정서가 깔려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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