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中 '늑대전사'의 귀환

입력 2021-05-26 18:19   수정 2021-05-27 00:19

지난 1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 올라온 글과 사진에 전 세계가 분노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의 공식 사이트인 중국장안망이 ‘중국점화 vs 인도점화’란 제목으로 게재한 것이다. 중국이 우주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과 인도가 화장장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사진을 나란히 붙였다. 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40만 명을 넘는 인도에서 시신을 처리하느라 화장장이 과부하에 걸린 상황을 노골적으로 조롱한 것이다.

이 글과 사진에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 내에서도 “아무리 인도와 국경분쟁 중이라지만 너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의중을 대변하는 매체로 꼽히는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까지 나서 “지금은 인도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인도에 동정을 베풀 때”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가 강력 항의하고 논란이 커지자 이 글과 사진은 5시간 만에 삭제됐다.
코로나 희생 조롱한 공산당
중앙정법위는 공안과 정보기관, 검찰, 법원 등을 총괄하는 중국 공산당 내 최고 사정기구다. 중국장안망은 평소에도 중화민족주의를 부추기는 글을 자주 올린다. 팔로어가 15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영향력도 크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다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랑 외교는 역대 아시아 지역 최고 흥행을 기록한 중국 영화 ‘특수부대 전랑’에서 유래했다. 특수부대 출신인 주인공이 중동의 전장(戰場)에 뛰어들어 자국민을 구출해낸다는 줄거리의 ‘애국영화’다.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고 공세적으로 변한 중국 외교를 상징하는 말이다.

전랑 외교관의 대표적 인물로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최근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맡은 류샤오밍이 꼽힌다. 자오리젠은 미군이 중국 우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져왔다고 주장해 비난을 샀다. 그는 호주 군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을 살해했다며 아이의 목에 피 묻은 칼을 대고 있는 병사의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류샤오밍은 2019년 9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시행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5G(5세대 통신) 사업 배제,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탄압 의혹 등을 하나하나 거친 언사로 반박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혹독한 비난에도 “세상에는 (중국을 괴롭히려는) ‘늑대’가 있고 이들과 싸울 ‘전사’가 필요하기에 ‘전랑’이 있다”고 강조했다.
늑대전사 뒤엔 댓글부대
중국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자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자 ‘길고 야심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와 ‘늑대전사’ 외교관들이 SNS에 글을 올리면 댓글부대가 재빨리 ‘좋아요’를 누르고 이를 수억 명에게 전파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은 최소 449개에 이른다. 이들 계정은 작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95만 건의 게시물을 올렸고, 2700만 회 이상 공유됐으며, ‘좋아요’를 3억5000만 회 넘게 받았다.

중국이 전랑 외교로 회귀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이 무산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중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계 개선을 희망했지만, 지난 3월 열린 양국 고위급 회담이 사실상 무산됐고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골이 더 깊어졌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중국의 늑대전사 외교관이 더욱 득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정부는 중국의 늑대전사 외교관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