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거르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식의 ESG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26일 '캐나다 공적연기금(CPP)의 ESG 투자 전략과 국제금융시장 전망'을 주제로 한 세계경제연구원 온라인 세미나에서 "ESG요소가 반영된 위험조정수익률에 기반해 투자를 결정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운용자산이 5000억 캐나다 달러(약 46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연기금인 CPPIB의 아·태 지역 투자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그가 맡고 있는 아·태 지역 투자 운용 자산은 1340억 캐나다 달러로 약 124조에 달한다.
김 대표는 최근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ESG에 대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투자의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보면 ESG와 회사의 재무적 가치 간의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배구조가 부실하고 환경 친화적이지 않은 회사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기금은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고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10년, 20년 단위가 아니라 100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에게 ESG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연기금의 ESG투자에 있어 체계적이고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프레임워크'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관 투자자는 ESG요소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CPPIB는 2008년 이후 십여년간 이 관계를 실증적으로 연구해왔고 우리들만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CPPIB의 투자팀은 기후변화가 실제 예측대로 심화됐을 때 뿐 아니라 막상 큰 변화가 없을 때까지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종합적인 위험 조정 수익률을 도출한다"며 "어떤 ESG요인이든 시나리오에 따른 위험·기회 분석이 가능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투자 배제는 더 나은 투자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기에 법령 상 투자를 금지한 품목 외엔 배제 전략을 채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CPPIB의 기본 입장이다. CPPIB의 최근 10년 간 연평균 수익률은 10.8%에 달한다. 특정 산업군을 뭉뚱그려 배제하기보단 ESG요인과 재무적 성과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기업을 투자 단계에서 선별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기업과의 대화로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기업과 투자자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 대표는 ESG관련한 구체적인 투자 사례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전담팀을 꾸려 지난 3년 간 탄소포집, 배터리, 전기차 충전, 에너지 인프라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90억 달러를 투자했다"며 "2018년에는 공적 연기금 가운데 처음으로 그린본드(녹색채권)를 발행해 재생에너지 생산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투자 방향에 대해선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과 변화된 생활 방식과 관련된 산업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현재 20% 수준인 CPPIB의 신흥국 투자 비중은 2025년까지 33%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변화된 생활 환경을 뒷받침하는 e-헬스, 교육, 핀테크 등이 중요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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