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뉴타운의 귀환

입력 2021-05-27 17:34   수정 2021-05-28 00:17

서울 강북에도 쉽게 엄두내기 어려운 값비싼 아파트가 많다. 대개 뉴타운 아파트들이다. 20억원에 육박하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 아현뉴타운)도 10여 년 전에는 6억~7억원대의 고(高)분양가로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랬던 곳이 주변 기반시설이 현대화하고 강남에서 이사온 이들이 늘면서 강남의 아성에 도전할 정도가 된 것이다.

내년이면 뉴타운 사업이 20년을 맞는다. 강남·북 균형발전, 주택 공급 확대, 난개발 방지를 목표로 내건 뉴타운 사업은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때 본격 시작됐다. 길음·은평·왕십리가 시범지구로 선정됐고, 이후 2006년까지 모두 35개 지구로 대상지가 넓어졌다. 문제는 지정만 돼도 집값이 4~5배 뛰고, 이른바 ‘쪼개기’ 투기가 만연하고,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등의 부작용이었다. ‘뉴타운 난민’이 57만 명에 달했다는 추계도 있다.

결국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2년 뉴타운 수습 방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전면 철거식 재개발을 지양하고, 시민 삶을 보존하면서 도시 경관을 살리겠다는 취지였다. 이로 인해 683개까지 늘어났던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지정 해제된 곳만 394곳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총량의 20%인 약 25만 가구의 새 아파트 공급이 중단된 결정적 계기였다.

하지만 박원순식 도시재생은 낡은 집과 환경은 그대로 둔 채 벽화만 잔뜩 그리고 골목 가로등을 교체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듣는다. 문재인 정부도 5년간 매년 100곳, 10조원의 공적 재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골목 재생’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청년·창업을 테마로 내건 용도 불명의 개점휴업 공간만 늘었다.

이렇듯 혼선을 보이던 서울의 개발 정책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뉴타운 부활’로 급선회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향후 5년간 13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개발 속도 조절용 ‘대못’인 주거정비지수제도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개발·성장’과 ‘보존·재생’이란 가치는 어느 한쪽으로만 흘러선 안 된다. 균형을 찾겠다며 반대쪽으로 너무 잡아끌어선 난파하고 마는 게 사회정책이다. 공공 주도에 대한 미련을 접고, 공간·산업·교통 등 도시의 주요 인프라와 긴밀하게 연계한 도시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감성팔이 도시재생은 그만둘 때가 됐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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