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홍장표…앞으로 KDI 보고서 신뢰할 수 있을까

입력 2021-05-28 16:57   수정 2021-05-29 00:06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끝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선임됐다. 현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설계자가 국내 최고 국책연구기관의 책임자가 된 것이다.

“성장의 결과 소득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소득이 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소주성은 실패로 판명났다. 경제원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결과 역시 참담하다. 연평균 30만~40만 명대였던 신규 취업자 수가 소주성 시행 1년 뒤 5000명대로 급감하고 빈부 격차 역시 확대됐다. 그가 취임 1년 만에 경제수석에서 경질된 것이나, 이후 여권에서 소주성이라는 말이 거의 사라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엔 여당 대표조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잘못됐다며 소주성을 반성하는 발언을 했다.

올해 50주년인 KDI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기초를 마련했고 굵직한 정책을 조언하는 등 한국 경제의 기적적 성장을 뒷받침해온 싱크탱크다. 정권 성향과 무관하게 연구 자율성이 보장된 덕분에 지금껏 국내외에서 명성과 권위를 인정받아왔다. 그런 KDI 수장에 실패한 정책 설계자가 취임한 것이다.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는 학현학파 출신인 그가 KDI를 중립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지난 3월 그가 차기 원장으로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자 KDI 출신 원로들이 “망국적 경제정책 설계자가 수장이 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대 성명까지 낸 것도 그래서다. “한국개발연구원이 한국분배연구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온다. 홍 전 수석 취임으로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등 국책연구소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정부에 쓴소리해온 KDI가 이제는 입을 닫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KDI 원장이 된 그는 지금까지도 소주성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온갖 논란과 비판에도 그를 KDI 원장으로 밀어붙인 것은 ‘내 편’만 쓰겠다는 오기 인사로 비친다. 학계의 의견이나 국민 여론 따위는 무시하고 친(親)정권 성향 인사만 중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정권에 봉사한 학자들이 줄줄이 국책 연구기관장에 오르고 있다.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노동연구원장, 박종규 전 청와대 재정기획관이 금융연구원장 자리를 각각 꿰찼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보건사회연구원장 등도 마찬가지다. 국가 미래를 결정할 주요 정책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이 친정권 인사 노후 보장 수단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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