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이중가격 심화…같은 단지 7층 20억인데, 16층은 10억

입력 2021-05-28 17:10   수정 2021-06-04 16:07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와 신규 계약을 맺을 때 보증금이 크게 차이 나는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7월 31일부터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 전셋값을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된 영향이다. 임대차 시장의 가격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9.8㎡는 지난달 30일 20억원(7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달 16일 10억1850만원(16층)에 전세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보증금이 9억8000만원가량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6.7㎡는 이달 10일 8억5000만원(5층)에 전세 계약됐다. 하지만 같은달 17일 동일 주택형 전세 매물이 3억8000만원 더 싼 4억7000만원(17층)에 새 세입자를 찾았다. 두 사례 모두 시세보다 낮은 전세 계약은 갱신 계약으로 추정된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강북 인기지역에서도 전셋값이 들쑥날쑥하다. 동일 주택형의 보증금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사례도 있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 옥수리버젠’ 전용 84.7㎡ 전세 매물은 지난달 12일 10억7000만원(18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올 3월 동일 주택형 전세 매물은 4억원(2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4단지’ 전용 84.3㎡는 지난 24일 11억7000만원(3층)에 전세 거래됐다. 4월 6억원(13층)에 거래된 것보다 5억7000만원 올랐다.

국토교통부와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신규가 4억4227만원, 갱신이 5억2675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 3월에는 신규 전셋값이 5억1999만원, 갱신이 4억6199만원으로 조사됐다. 신규 계약의 전셋값이 7772만원 올랐지만 임대차법에 묶여 있는 갱신 계약의 전셋값은 오히려 6476만원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 이중가격 현상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세입자의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제로 당장은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살 수 있지만, 갱신 기간이 끝나면 한꺼번에 크게 오른 보증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같은 동, 같은 평형인데 보증금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시장 원리에 반한다”며 “갱신청구로 전세 매물 자체가 크게 줄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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