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유전학 이용해 잃어버린 시력 찾았다

입력 2021-05-28 17:12   수정 2021-06-04 16:15

시력이 거의 망가진 환자가 빛을 이용한 치료로 시력을 일부 되찾은 사례가 나왔다.

지난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는 광유전학을 통해 수십 년 만에 시력을 회복한 사례가 소개됐다. 이 ‘기적의 사나이’는 58세의 프랑스인으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게 됐다. 망막색소변성증은 광수용체가 점차 기능을 상실하는 질병이다. 그는 이번 실험을 통해 희미하지만 앞을 보게 됐다.

광유전학은 빛에 반응하는 ‘빛감지 단백질(감광단백질)’을 삽입해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법이다. 빛에 반응하는 빛감지 단백질을 특정 세포에 삽입한 뒤 외부에서 빛을 비춰 원하는 세포만 활성화시키거나 억제시킬 수 있다. 이 기법은 주로 뇌 연구를 하는 실험실에서 뇌의 부위별 기능이나 역할을 분석할 때 사용된다. 시력 손실, 퇴행성 뇌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광유전학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임상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가 물체를 ‘보는’ 행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진다. 먼저 망막에 존재하는 광수용체가 빛을 감지한다. 그리고 이를 전기신호로 변환시켜 망막신경절세포(RGC)로 전달한다. 망막신경절세포가 이 신호를 뇌에 전달하면서 우리가 특정 물체를 본다고 느낀다.

연구진이 낸 아이디어는 환자의 망막신경절세포에 빛감지 단백질을 삽입하는 것이었다. 인위적인 빛의 자극으로 망막신경절세포를 활성화시켜 뇌가 본다고 느끼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상인은 광수용체가 망막신경절세포로 신호를 전달하지만,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는 이 과정이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아예 이 과정을 건너뛰고 빛감지 단백질을 이용해 망막신경절세포가 바로 시각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리가 보는 시각 정보를 망막신경절세포가 받아들이는 전기적 신호로 바꿔야 한다. 연구진은 특수 제작한 고글로 이 작업을 수행했다. 고글은 초당 수천 번 시야를 스캔한 뒤 이를 픽셀 단위로 나눈다. 각 픽셀은 빛감지 단백질이 반응하는 노란빛의 파장을 뿜어낸다. 실험자는 약 7개월간 고글과 생활하며 고글이 주는 신호에 적응했다.

연구진은 훈련받은 환자 앞에 텀블러 여러 개를 놓고 개수를 알아맞히게 했다. 그는 19번 중 12번을 맞췄다. 또 머리에 연결한 전극을 통해 뇌 활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특정한 물체를 볼 때 환자와 정상 시력을 가진 실험자의 뇌에서 같은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호세 알랭 사헬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손상된 시세포는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 과정 없이도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광유전학 이론을 세우는 데 큰 공헌을 한 에드워드 보인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그간 광유전학은 뇌를 관찰하는 ‘도구’로 여겨져왔는데, 이번 연구가 광유전학의 범위를 넓혀줬다”고 했다.

사헬 교수는 2012년 프랑스에 기반을 둔 바이오 기업인 진사이트 바이올로직스를 설립했다. 이번 연구에도 참여한 진사이트 바이올로직스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환자 모집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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