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가 왜 여기서 나와?'…英 총리에 자필 편지 받은 이유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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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30 08:59   수정 2021-05-30 10:29

'블랙핑크가 왜 여기서 나와?'…英 총리에 자필 편지 받은 이유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전 세계 모든 블링크(BLINK, 블랙핑크 팬클럽) 여러분들이 우리의 여정에 동참해 주기를 바랍니다.”

사진에서 블랙핑크 멤버 제니씨에게 홍보대사 위촉패를 전달하는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의 말입니다. 지난 2월 25일 블랙핑크는 영국 정부로부터 오는 11월 개최되는 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의 홍보대사로 임명됐습니다. 영국대사관은 SNS 채널을 통해 블랙핑크 노래에 항상 등장하는 “BLACKPINK in your area(네 공간의 블랙핑크)”라는 상징적인 가사를 패러디해 “CLIMATE ACTION in your area(네 공간의 기후행동)”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블랙핑크는 편지도 받았습니다. 바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직접 쓴 감사의 편지입니다. 존슨 총리는 블랙핑크 멤버들에게 “기후변화는 우리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현시점에서 이런 중요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준 것은 매우 환영받을 일”이라고 말합니다. 존슨 총리가 자국에서 개최되는 COP26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전세계에 엄청난 팬덤을 갖고 있는 블랙핑크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입니다.
파리협정 이행 '원년'... 회담 줄줄이 열린다
언뜻 블랙핑크와 기후 대응의 연관성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팬덤을 가진 해외 팝스타를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것은 최대한 많은 시민들에게 이 회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다음달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위해서는 팝스타를 홍보대사로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기후 변화라는 것이 정부들의 대응만으로는 안 되고 일반 시민들의 동참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는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의 이행 원년입니다. 파리협정은 이전까지 전 세계의 기후 변화 관련 기준으로 작동했던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후변화협정입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2℃ 아래로 막고,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기온 상승을 제한하도록 노력을 추구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교토의정서는 3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3)에서, 파리협정은 21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습니다. 블랙핑크를 홍보대사로 임명한 COP26는 이들을 잇는 연례 회의입니다.

그런데 올해 열리는 기후 관련 회의가 COP26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가 기후에 대응하는 새로운 표준인 파리협정의 이행 원년인 만큼 기후 관련 회의가 줄줄이 열립니다. 이미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기후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40개국의 정상이 참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COP26로 가는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윌벤져스 "지구가 아파서 삐뽀지?"
한국도 올해 기후 관련 정상회의 개최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바로 3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P4G 정상회의입니다. P4G는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의 약자로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를 의미합니다. 어려운 이름 때문에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라는 한국어 이름도 붙었습니다.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이 개최하는 최초의 기후·환경 분야 다자회의입니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유치한 첫 다자 정상회의이기도 합니다. 각 대륙의 중견국으로 구성된 11개 회원국 정부 외에도 국제연합(UN), 국제통화기금(IMF) 등 20여개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업들도 참여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 회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상들은 화상으로 참석합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미국인 방송인 타일러 라쉬씨와 배우 박진희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특별 대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타일러씨 등과의 대담 중 청와대에 핀 만병초를 가리키며 “제가 북한에 갔을 때 리설주 여사가 7∼8월 백두산 천지에 만병초가 핀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며 “만병초도 기후변화 탓에 군락지가 줄고 있어 기후변화 정도를 가늠하는 생물지표종으로 지정돼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죠.


유연철 P4G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외교부 기후변화대사 겸직)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파리협정이 시행되는 원년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P4G 정상회의가 열리는 의의가 더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데 이어 기후 대응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발도상국들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그러면서 P4G정상회의의 홍보대사격인 윌리엄·벤틀리 해밍턴 형제와 홍보 영상을 찍었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윌리엄과 벤틀리는 호주인 방송인 샘 해밍턴씨의 아들로 방송에서 ‘윌벤져스’로 알려져있습니다. 유 단장은 “아이들과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P4G라는 이름이 어려웠는지 ‘삐뽀지’라고 말하더라”며 “그런데 지구가 아파서 삐뽀지인 것이냐고 묻는데 너무 귀여우면서도 기발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지구가 아파서 ‘삐뽀삐뽀’ 앰뷸런스처럼 출동한다는 상상력이 이 회의의 성격과 잘 맞았다는 설명입니다.
日 '펀쿨섹좌'도 온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최초의 기후 관련 정상회의 개최는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으로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님께서 다음 주 P4G 서울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시는 것을 환영하며 국제사회의 의지 결집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까지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이 원래 P4G 회원국은 아니지만 다소 김이 빠진 것이죠.

그래도 리커창 중국 총리,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42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화상으로 참석합니다. “기후변화 같은 스케일이 큰 문제를 다루려면 즐거워야(fun) 하고, 멋져야(cool) 하고, 섹시(sexy)해야 한다”는 말로 국내에서 소위 ‘펀쿨섹 좌’로 알려진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참석합니다.


P4G는 비교적 신생 협의체이고 화상 회의로 개최된다는 한계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P4G의 핵심 주도국은 물론 줄줄이 이어지는 기후 관련 회의에서 주도 국가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입니다. 30일 시작되는 P4G 정상회의가 한국의 환경 외교력이 드러나는 시금석이 될 전망입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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