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금리인상 없다" 증권가에…한은 "싸우자는 거냐" [김익환의 BOK워치]

입력 2021-05-28 10:24   수정 2021-06-15 09:49

지난 27일 한국은행 2층 기자실. 금융통화위원회 간담회 때마다 기자들에게 "총재 발언을 어떻게 보냐"고 묻던 한은 공보관(대외홍보부서) 직원들이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신호는 그만큼 뚜렷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에서 4%로 올린 것. "실기하지 않겠다"거나 "연내 금리인상"이라는 이 총재의 언급은 한은이 공들여 다듬은 '연내 금리인상' 신호다. 하지만 증권가의 생각은 달랐다. 상당수 증권사는 내년 인상론을 고수했다. 일부 증권사는 2024년 1분기 인상론을 폈다. 통화정책 시각을 놓고 온도차가 벌어지자 한은 내부에서는 "싸우자는 건가"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한은 강력 시그널에도…신금투 "2024년 1분기 인상"
한은은 5월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 '연내 금리인상'의 강력한 신호를 주기 위해 상당한 준비를 했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원들과 조율하면서 정책부서, 공보실과 금리인상 메시지를 다듬었다. 연내 인상 신호를 담은 발언의 수위가 너무 세지도 그렇다고 너무 옅지도 않게 만들고자 이 총재와 임직원들이 머리를 싸맸다는 후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면 안 되지만 실기해서도 안 된다"거나 "연내 금리인상이 경제 상황에 달렸다"는 이 총재의 발언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올해 10, 11월 금리인상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의 메시지에 상당수 언론은 "연내 인상을 시사했다"고 해석했다. JP모간을 비롯한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은의 경제전망과 이 총재의 발언을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2022년 1분기에서 올해 4분기로 앞당겼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달랐다. 금통위 직전까지 상당수 증권사는 2022년 1분기~2024년에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봤다. 이들 증권사 상당수는 금통위가 끝난 직후에도 이 관점을 유지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2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성장률 상향 조정과 금리인상은 별개"라며 "한국은행의 정책변화 시기는 2024년 1분기 정도를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은 자사 유튜브를 통해 "기자들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없냐'고 묻자 이 총재가 이 단어를 받아 '연내 기준금리'를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기사가 이를 놓고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고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 돌아온 2014년 4월부터 이달까지 총 70회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렸다. 스스로 발언의 파급력을 아는 만큼 단어를 면밀하게 선정하고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연내 금리인상'이라는 발언도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올 3월부터 연내인상론 솔솔
한은과 증권사가 실물경제·통화정책을 보는 시각 온도차는 올들어 크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7일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상당수 증권사는 올 1분기 성장률(전분기)이 0.7~1%로 추정했다. 이 같은 증권사 시각을 취합한 기사들도 나왔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이 1%대 중반 수준까지 나올 것이라는 시각은 3월 말부터 한은과 기획재정부에서 나왔다. 비슷한 시기 한은 임원들과 금통위원들도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를 전제로 연내 인상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온도차에 대해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증권사에서 통화정책 시각을 바꾸려면 지금까지 다져놓은 실물경제의 철학과 모델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며 "그 같은 시각을 바꾸려면 적잖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시차를 두고 서서히 연내 인상론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봤다. 금리 인상이 증권사 실적·이해관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전망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이 한은과 다른 시각으로 통화정책을 바라보면, 그만큼 시장 혼선이 커지고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계·기업도 시장 변화에 적절하게 대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은의 소통 부족이 온도차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 금통위원의 간담회가 2019년 11월을 마지막으로 일절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통창구가 좁아든 통화정책이 시장 혼선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은 간담회를 바탕으로 금통위원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인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지를 가늠하고, 앞으로 통화정책 흐름도 파악한다.

지난해 금통위에 합류한 한 금통위원이 이 간담회를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소통의 창구가 닫혔다는 관측도 있다.

한은은 다음달 이주열 총재가 주관하는 '71주년 창립기념사'와 물가설명회에 이어 '통화신용보고서'를 통해 추가로 시장과 소통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계속 신호를 주면서 시장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금통위원 간담회의 재개를 검토할 때라는 시각도 적잖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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