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사이에서 ‘C랩(Creative Lab)’은 운영사인 삼성전자만큼이나 유명한 브랜드다. C랩을 거쳐 덩치를 키운 스타트업이 수두룩해서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들도 ‘C랩 출신’ 스타트업에 가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최근 3개 투자사로부터 총 60억원의 투자를 받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웰트(WELT)가 C랩 스핀오프 제도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글로벌 30여 개 기업이 만든 비영리 협의체 ‘디지털 치료제 산업협회(DTA)’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성능 진공단열재를 개발하는 에임트(AIMT) 역시 스타 스타트업 중 하나다. 가전제품을 시작으로 건축자재 콜드체인 패키징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버려진 페트병으로 콜드체인 패키징 소재를 만들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C랩 인사이드에 뽑히기 위한 기준은 사업모델의 우수성이다.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달 19일 선정된 우수 과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어떤 기준으로 사내 과제를 선정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삼성이 소개한 대표 사례는 ‘스캔앤다이브(Scan & Dive)’였다. 스캔앤다이브는 옷장에 보관된 옷의 재질이 궁금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용기기를 가져다 대면 옷의 재질이 면인지 폴리에스테르인지 구분해 알려준다. 섬유 원사의 굵기, 마모도, 직조 방법까지 안내하기 때문에 의류 관리가 한결 쉬워진다. 또 다른 우수 과제인 ‘아이스 링커’도 눈여겨볼 만하다. 열이 나는 환자의 체온을 측정하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해열까지 도와준다. 밴드 형태의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면 밴드 내부 냉각판의 온도가 낮아지며 열을 내려주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직원이 창발적인 아이디어로 회사를 세우면 삼성의 생태계도 그만큼 넓어진다”며 “적극적으로 사내벤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발되면 6개월에서 1년간 △무상 사무공간 △삼성전자 전문가 멘토링 △CES, MWC, IFA와 같은 글로벌 전시 참가 지원 △최대 1억원 지원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투자 유치도 쉬워진다. C랩 출신이란 명성의 위력이다. 2020년 프로그램을 거친 20개 스타트업 중 절반 이상이 외부 투자를 따냈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업체 딥핑소스는 총 65억원의 외부 투자를 이끌어냈다.
업계 관계자는 “C랩 아웃사이드 멤버가 되기 위한 스타트업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C랩 아웃사이드 공모전은 501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2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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