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튜브만 믿어!"…타진요 닮아가는 한강 의대생 사건

입력 2021-05-31 09:39   수정 2021-05-31 09:41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경찰에 이어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도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 31일 일부 누리꾼들은 그알 시청자 게시판에 몰려가 방송 내용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며 방송 폐지를 촉구했다.

그알 시청자 게시판은 접속자들이 몰리면서 한동안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한 시청자는 "실족사라는 목적성을 갖고 A군을 대변하는 방송"이었다며 "신발 티셔츠 양말을 버린 점, 핸드폰이 바뀐 줄 알면서 바로 전화하지 않은 점, A군 부모가 한강에 나타나 한참을 있다 정민이 부모에게 연락한 점, 그날 강비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 전혀 궁금해하지 않고 실족으로 이야기를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손씨 부친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알 방송 이후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SBS의 천적인 유튜브에 현혹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며 "대단한 이분법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인지, 유튜브와 싸우고 싶다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 시민은 그알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라고 발언하며 일부 유튜버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나타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의혹들이 온라인상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자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제2의 타진요 사태'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이라는 뜻의 타진요는 지난 2010년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타블로의 졸업 사실이 증명됐지만 이를 믿지 않으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29일 방송에서 그알은 당시 사고 현장 수심이 낮아 우발적인 밀침으로는 익사 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며 A씨가 범인이라면 손씨를 깊은 곳까지 끌고 가 강제로 제압한 흔적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흔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저항이 없었다면 손씨가 이미 사망했거나 약물 등의 반응이 나왔어야 했지만 그런 흔적도 없었다.

A씨가 당시 만취 상태가 맞느냐는 의혹과 관련해선 A씨가 집 주차장에서 토하는 장면, 손씨를 찾다가 술에 취한 듯 뒤로 벌러덩 눕는 장면 등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웃 상태에서도 정상적인 행동은 가능하다며 A씨의 일부 행동을 보고 당시 블랙아웃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했다.

그알은 A씨가 손씨를 강제로 익사시켰다면 A씨도 흠뻑 젖어있어야 했지만 물에 젖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또 사건 주변엔 주말 저녁이라 사람이 많았지만 이와 관련한 목격자도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낚시꾼들은 당시 수영하듯 강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사람을 봤다고 증언했다.

손씨 양말에서 강가에서 10m 떨어진 지점의 흙이 검출된 것에 대해서는 그 지점부터 뻘이 시작돼 신발이 벗겨졌기 때문일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방송에 출연한 범죄심리학자들은 A씨 행동에서 범인의 행동으로 볼만한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사람이 많고 탁 트인 공간에서 계획적인 살인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알은 방송 말미엔 일부 유튜버들이 퍼뜨린 음모론을 하나하나 검증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알에 앞서 경찰도 친구 A씨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27일 손씨 사건과 관련해 그간의 수사 진행 상황을 전격 공개했다. A4용지 23쪽 분량의 자료다.

경찰은 "A씨가 손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4시 42분께 귀가할 때 탔던 택시 기사는 당시 'A씨의 옷이 젖어 있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운행을 마치고 내부를 세차할 때 (A씨가 탔던)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손씨 부친이 손씨가 평소 물을 무서워해 스스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손씨가 해외 해변이나 국내에서 물놀이하며 찍힌 사진과 영상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A씨가 손씨와 평소 친하지 않았는데 술자리에 불러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평소 함께 다니며 술을 마시거나 국내·해외 여행을 함께 가는 사이로 확인됐다"고 했다.

일각에선 A씨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어 사건을 은폐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A씨 측은 "A씨의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의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 또한 결혼 후 지금까지 전업주부"라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온라인상에서는 친구 A씨를 향한 도를 넘는 공격이 이어져 왔다. A씨 측은 결국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에 대해 수많은 억측이 난무하면서 얼굴이 공개된 사진 등이 퍼져나갔고, A씨의 가족이 운영하는 병원도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A씨의 거주지로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는 등 실제 위협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의대 본과 1학년 재학생인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친구 A씨와 함께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들었다가 실종됐다.

A씨는 다음날 오전 4시30분쯤 잠에서 깨 홀로 귀가했다. 그는 손씨가 집으로 먼저 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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