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2는 시작일뿐…오감으로 가상세계 경험하는 시대 온다

입력 2021-05-31 17:56   수정 2021-05-31 17:58



1992년 ‘메타버스’란 용어가 세상에 등장했다. 주인공 ‘히로’가 가상세계에서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내용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 나온 용어다. 히로가 사용하는 가상현실(VR) 기기의 사양은 이렇게 묘사된다. ‘2k 픽셀의 해상도, 1초에 이미지를 72번 바꿀 수 있는 72㎐ 주사율, 스테레오 디지털 사운드’. 작가의 상상이었다.

작년 10월. 페이스북은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를 출시했다. 이 제품의 사양은 스노우크래쉬에 나온 기기의 사양과 거의 일치한다.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스테레오 사운드는 기본이고 해상도는 2k, 주사율은 최대 120hz까지 지원한다. 30년후 작가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성능이 향상된 오큘러스 퀘스트 2는 현실과 같은 몰입감이 현존 VR 기기 중 최고라는 평가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오큘러스 퀘스트 2는 VR, 증강현실(AR) 등 확장현실(XR) 기술 진화의 시작일 뿐이다. 세계 메타버스 업계에선 VR 기기를 안경 크기로 줄이는 기술부터 가상세계 경험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기술, 나아가 생각만으로 아바타(분신)를 움직일 수 있는 기술까지 선보이기 시작했다. 가상세계에 들어가 보고 느끼고 움직이는 ‘진정한 메타버스’가 가까워지고 있다.
XR 시장 도약시킨 오큘러스 퀘스트 2
메타버스 서비스 로블록스, 제페토 등은 가상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영역을 대폭 넓혔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의 구동은 여전히 PC나 스마트폰에서 개인의 캐릭터를 손으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XR 사용자가 가상세계에서 실제로 움직이고 느끼는 수준의, 메타버스의 ‘이상’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려면 서비스·콘텐츠의 확대 뿐 아니라 하드웨어, 즉 XR 디바이스 기술의 진화가 필수다.

진화는 느리지만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구글·HP·밸브 등 기업은 XR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작년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 2는 VR 대중화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VR 기기의 주요 문제였던 가상세계 내 움직임의 부자연스러움, 오래 쓰면 눈과 몸에 부하가 걸리는 점 등을 해소함과 동시에 VR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이 기기로는 리듬 게임인 ‘비트 세이버’, 슈팅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한강 등 실제 낚시터를 배경으로 한 ‘리얼 VR 피싱’ 등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VR을 낀 채 세계 유명지 여행을 갈 수 있고 3D 영화도 볼 수 있다. VR 내에서 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핸드 트래킹’ 기능이 있어 손으로 가상세계의 물건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장 반응도 폭발적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작년 4분기에만 전세계에서 110만대가 팔렸다. 2위 플레이스테이션 VR(12만5000대)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린 1위다. 올해 판매량은 1000만대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페이스북은 VR 기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페이스북 호라이즌’도 개발 중이다. 페이스북 친구들과 VR 내에서 어울리는 서비스다. 로블록스, 제페토, 포트나이트 등이 흥행을 거둔 주요 비결이 가상세계에서 게임은 물론 소셜네트워킹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페이스북은 이런 SNS 기능을 VR로 한층 실감 나게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자 수술에도 쓰이는 AR
AR 분야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VR이 현실을 완전히 차단한 가상세계를 보여준다면 AR은 현실 위에 홀로그램과 같은 디지털 정보를 띄우는 방식이다.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를 떠올리면 쉽다. AR은 현실 위에 디지털 정보를 덧씌우는 방식이어서 현실에서 하는 일의 능률을 높이는 용도로 활용 가치가 높다.

실제 MS는 AR 기기 ‘홀로렌즈 2’를 기업용 디바이스로 출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벤틀리, 록히드 마틴 등 유수의 기업들이 원격 업무, 공정의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홀로렌즈 2를 활용하고 있다. 현장 직원이 눈으로 보는 장면을 홀로그램으로 사무실 직원과 공유해 원격으로 지시를 주고 받는 식이다. 의료 현장에선 수술 중인 의사 눈 앞에 환자 데이터를 홀로그램으로 띄우는 등 수술 도우미 역할을 한다. MS 관계자는 “홀로렌즈2를 도입한 기업의 80%가 부서 간 협업 효율이 향상됐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대체하기 위한 ‘AR 안경’ 개발도 한창이다. AR 안경을 쓰면 스마트폰과 유사한 인터페이스가 나타나고 음성인식이나 손동작 감지 기술을 통해 통화, 문자 전송 등을 가능케 하는 제품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AR 글래스를 개발 중이다.

애플의 XR 시장 참전도 임박했다. 애플은 2022~2023년께 VR 기기와 AR 안경을 차례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외신에 일부 유출된 애플 XR 기기의 예상 사양이 현재 제품들보다 크게 향상된 수준이라 업계에선 “애플이 XR 시장 판도를 바꿀지 모른다”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밖에 VR은 HTC, HP, 피코, 밸브 등이 주요 플레이어로 꼽힌다. AR 분야에서는 앱슨, 뷰직스 등이 다크호스다. 국내에선 삼성·LG전자 외에 라온텍, 맥스트, 버넥트 등이 XR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가상세계를 오감으로 느낀다



현실과 같은 가상세계를 구현하려면 XR 기기의 ‘상호작용’ 기능도 발전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면 가상세계 속의 ‘나’도 똑같이 움직이고, 가상세계에서 느끼는 감각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느껴야 한다는 얘기다. 관련 핵심 기술 중 하나는 ‘트래킹’이다. 몸의 움직임을 감지해 가상세계 속 움직임으로 재현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눈과 손 정도의 움직임만 감지하는데, 이를 온 몸으로 넓히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올 3월 출시된 HTC의 ‘바이브 트래커 3.0’은 손목과 다리까지 트래킹이 가능하다. ‘바이브 페이셜 트래커’는 얼굴 트래킹에 특화된 제품으로, 사용자의 입술과 턱, 혀, 뺨 등 38종의 얼굴 움직임을 포착한다. 얼굴을 찡그리면 자신의 3D 캐릭터도 같은 표정을 재현할 수 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주인공이 가상세계에서 물건에 부딪치면 조끼 모양의 슈트를 통해 아픔이 전해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촉각 슈트도 초기 단계는 상용화가 됐다. 국내 스타트업 비햅틱스의 ‘택트슈트(Tactsuit) X40’이 이런 제품이다. 40개의 햅틱 모터를 통해 XR 기기에서의 경험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다. 게임 캐릭터가 총을 맞으면 고통을 느끼는 식이다. 햅틱은 디지털 환경에서 촉각과 힘, 운동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비햅틱스는 이 기술로 ‘세계가전전시회(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뇌 감지만으로 아바타 움직이는 시대 올수도
지난 4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공개한 유튜브 영상 하나가 큰 화제를 모았다. ‘페이저’라는 이름의 원숭이가 고전 게임 ‘퐁’을 하는 영상이었다. 페이저는 뇌에 이식된 칩을 통해 ‘생각’만으로 게임을 조작하고 있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나 본 광경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렇게 뇌 신호를 감지해 기계를 제어하는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궁극의 메타버스는 BCI 기술로 구현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실의 내가 가상세계의 나와 BCI로 완벽히 연결되면 XR 기기조차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뉴럴링크의 연구는 동물 실험 단계이고, 뇌파에 칩을 심는 ‘침습형’이라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사람에도 적용 가능하면서 뇌에 이식할 필요가 없는 ‘비침습형’이 개발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VR 게임 ‘하프라이프’ 개발사 밸브도 BC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는 “수년 안에 착용성, 휴대성이 뛰어나면서 몰입감이 향상된 XR 제품이 개발되고 메타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가상·증강현실(VR·AR) 시장이 2019년 455억달러에서 2030년 1조5429억달러(약 1741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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