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클럽' 마켓컬리에 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21-05-31 17:24   수정 2021-06-01 09:12


충남 지역의 수산물 유통업체인 A사는 최근 마켓컬리 MD(상품기획자)로부터 달콤한 제안을 받았다. 대량 매입으로 한 달에 5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려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조건이 달렸다. 계약을 맺고, 협력사로서 ‘코드’를 개설하면 비딩(경쟁 입찰) 시스템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A사 대표는 ‘컬리의 노예’가 될 것을 우려해 자사몰 개설로 방향을 틀었다.

마켓컬리의 요즘 행보는 ‘공격 앞으로’로 요약할 수 있다. 전국의 주요 도매상 중 마켓컬리 MD의 제안을 안 받아본 곳이 없을 정도다.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키는 광고 마케팅을 올해 재개했고, 샛별배송 권역도 충청권으로 확대 중이다. 외형을 키워 추가 투자 유치 및 상장에 성공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5년 만에 328배 ‘폭풍 성장’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샛별배송이란 새 영역을 개척하며 2014년 12월 혜성처럼 등장했다. 사업 첫해인 2015년 2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530억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5년 만에 328배 성장한 셈이다.

누적 회원 수도 31일 기준 800만 명에 달했다. 하루평균 주문 건수는 12만 건이다. 직매입 유통 기업 중에서 매출 기준으로 마켓컬리 위에 있는 업체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쿠팡뿐이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가 작년 말 롯데그룹 최고경영자(CEO)들 앞에서 ‘강연’했을 정도로 마켓컬리는 명실공히 국내 주요 유통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 마켓컬리는 올 들어 ‘역대급’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4월부터 두 달간 ‘100원딜’ ‘무료배송’을 내세워 신규 고객 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연 게 대표적이다. 쿠팡이 무료배송을 확대하고, 이마트가 최저가 경쟁을 선언하자 맞불로 대응한 것이다. 마켓컬리는 2019년 1350억원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작년 5월에도 2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한 바 있다.
경쟁 치열해지는 신선식품 시장
마켓컬리의 공격 경영에 대해선 평가가 극과 극이다. ‘제2의 쿠팡’이 될 것이란 예측과 함께 마켓컬리의 핵심 경쟁력인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이미 ‘레드 오션’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초기 투자자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지난 3월께 지분 전량(매각가 약 138억원)을 매각하고, 경쟁사인 오아시스에 투자(166억원)한 것은 마켓컬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신세계백화점의 SSG푸드마켓, 현대백화점 식품관 등 고급 식자재 판매 채널을 온라인화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라며 “지금은 거꾸로 유통 대기업들이 쿠팡, 네이버와 경쟁하기 위해 신선식품 온라인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인력만 400명가량인 쓱닷컴은 마켓컬리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장유성 쓱닷컴 데이터·인프라 본부장은 “산지에서 쓱의 물류를 타는 순간부터 소비자는 품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필요한 시간에 배달해주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고, (새벽 혹은 샛별이라는) 시간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만 해도 로켓배송(물류), 쿠팡페이(결제 시스템), 쿠팡플레이(OTT 서비스) 등을 통해 회원 집객 및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켓컬리는 충청권으로 배송을 확대하기로 발표하면서 CJ대한통운과의 제휴 전략을 택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에 대한 갑질 의혹이 나오는 것은 마켓컬리가 무리하게 외형을 확장하려다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쿠팡의 최대 투자자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숙박 플랫폼인 야놀자에 약 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마켓컬리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손 회장이 쿠팡과 비슷한 국내 e커머스 플랫폼에서 더 이상 유니콘을 발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동휘/황정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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