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에 한 번 오는 기회"…'한탕' 노리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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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01 16:13   수정 2021-06-01 16:45

"5년에 한 번 오는 기회"…'한탕' 노리는 개미들


주식시장에는 5년에 한 번 큰 도박판이 열린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될성부른 후보에 베팅하는 대선 테마주장(場)이 그것이다. 올해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들의 테마주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과거 대선 테마주를 보면 대개 대선 9~12개월 전 피크를 찍은 뒤 그 고점을 다시 회복하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지주부터 대운하주까지…테마주의 역사
1일 덕성은 전 거래일 대비 18.24% 오른 2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회사 관계자들이 윤석열 전 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윤 전 총장의 정계에 입문 소식에 크게 뛰었다. 사외이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라며 '이재명 테마주'로 묶인 카스는 지난달에만 108% 뛰었다.

대선을 1년 여 앞두고 후보들의 테마주가 급등하는 건 유서 깊은 증시 행사와도 같다. 그러나 그 역사가 길지는 않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대선 테마주는 기껏해야 제지주, 광고주 뿐이었다. 각 캠프가 인쇄물 혹은 TV광고를 통해 홍보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테마주는 변모한다. 후보 개인이나 공약과 티끌만큼의 연관성이 있는 종목이 테마주로 떴다. 인터넷이 활성화 되며 개인투자자간 정보 교류가 크게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16대 대선은 대선 테마주의 태동기라 불린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이전 정책을 내세우며 충청권에 연고를 둔 계룡건설이 급등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따돌렸다는 뉴스가 전해진 2002년 3월, 단 5거래일 동안 계룡건설은 45% 급등했다. 다만 이후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보이며 계룡건설은 지지부진했고, 선거날에야 큰 폭으로 올랐다. 막판까지 혼란스러웠던 대선 정국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선 테마주가 판세를 키운 건 17대 대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선 승리 이후 대운하 테마주 이화공영의 주가는 한 달 만에 두 배로 뛰었고, 대선 1주 전엔 전년 대비 3096%나 급등했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테마주인 EG(당시 박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씨가 최대주주)는 경선 패배 직후 하락세를 지속하다 이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상임고문을 맡는다는 소식에 이화공영과 함께 주가가 뛰기도 했다.

18대 대선은 테마주가 크게 힘을 못썼다. 2011~2012년 증시가 유럽발 위기로 급랭된 상황이었던 탓이다. 19대 대선에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 배우자가 최대주주란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묶인 우리들휴브레인이 급등했다. 박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2016년 9월들어 주가가 급등, 단 7거래일 만에 55% 뛰었다. 한 때 유력 라이벌로 꼽히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테마주는 우리들휴브레인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기세가 크게 꺾였다.
○대선 전부터 이미 거품 꺼지기 시작
대선 테마주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대선 9~12개월 전에 주가가 피크를 찍고 대선 직전 고점 회복을 노리다가 실패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주식시장이 으레 예정된 이벤트를 미리 반영해 나가듯, 대선 테마주 역시 대선을 미리 예상해 움직이는 것이다. 계룡건설은 16대 대선 일주일 전부터 다시 급등했으나 9개월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고, 우리들휴브레인도 19대 대선 8개월 전 기록한 고점을 문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당선 약 2주 전부터 서서히 거품이 꺼지고 원래의 주가로 돌아가는 것도 공통적이다. 이화공영은 이 전 대통령 당선 약 2주 전 정점을 찍고 급락하기 시작했고, 우리들휴브레인은 그보다 앞선 1달 전부터 하락세가 시작됐다. 심지어 이후 상장폐지 되는 종목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 테마주 위노바도 19대 대선 9개월 뒤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런 이유로 증시 전문가들은 대선 때마다 펀더멘털과 무관한 테마주장에 손을 대지 말라고 권고하지만 한탕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오늘도 대선 테마주에 손을 댄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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