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world View] '파월의 비관' vs '옐런의 낙관'…누가 실수를 저지를까

입력 2021-06-01 17:32  

미국과 세계 경제의 양대 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영문 첫 글자를 따 ‘트리플 J’라고 불릴 만큼 찰떡궁합을 보일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주요 현안을 놓고 의견차가 커짐에 따라 월가에서는 “누가 실수를 저지를 것인가?”, 즉 ‘옐런의 실수(Yellen’s failure)’와 ‘파월의 실수(Powell’s failure)’ 가능성을 놓고 이색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Fed의 양대 책무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외형상으로는 의견차가 없는 듯하다. 지난 3월 이후 고개를 들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파월 의장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못박았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를 제외하고는 모든 Fed 이사가 파월 의장과 합창하듯 입을 맞추고 있다. 이 점에는 옐런 장관도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때의 처방전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파월 의장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과 금리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Fed의 전통적 목표인 ‘물가 안정’을 파월 의장이 옐런 장관보다 더 전향적이고 중시한다는 의미다.

2012년 Fed가 양대 책무를 도입한 이후 통화정책 운용에서 물가 안정보다 더 중시하는 고용 창출 목표에 대한 두 사람의 예상은 일반인조차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큰 차이가 난다. 파월 의장은 고용 목표는 2∼3년 안에는 달성할 수 없다는 ‘극단적 비관론’을 고수하는 반면 옐런 장관은 내년이면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는 ‘극단적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예상 밑돈 4월 고용지표 ‘코브라 역설’ 탓
고용 문제에 관한 두 경제수장의 입장차는 4월 고용통계에서 나타난 두 가지 의문점에서도 확인된다. 하나는 당초 100만 건(최대 200만 건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음) 정도 예상했던 신규 고용건수가 26만6000건으로 크게 줄어든 점이다. 다른 하나는 신규 고용건수가 늘었는데 실업률이 3월 6.0%에서 6.1%로 오히려 올라갔다는 점이다.

4월 신규 고용건수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돈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고용시장 구조에 기인한다. 언택트와 디지털 콘택트 시대가 닥치면서 정보기술(IT) 등과 같은 고소득 전문직의 노동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교육 등의 부재로 준비된 노동 공급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심해진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하위 계층이 주로 취업하는 범용 표준화된 직종의 고용 부진은 코로나 지원금에 따른 부작용, 즉 ‘코브라 역설(cobra paradox)’ 때문이다. 코브라 역설이란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당시 골치 아픈 코브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지급한 보조금이 오히려 코브라 수를 늘렸다는 정책 실패에서 유래됐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지원금을 너무 많이 지급함에 따라 노동시장에 참가할 유인이 적어 오히려 신규 고용건수가 줄어든 것이다.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실업자 개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업률이란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몫의 백분율이다. 실업자는 일하고자 하는 의욕은 있으나 일자리를 얻지 못한 경우로 정의된다. 한 달 사이 경제활동인구에 변화가 없는 가운데 실업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노동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높은 연봉을 주는 직종을 선택함에 따라 고용이 안 된 건수가 신규 고용건수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4월 고용통계가 미국의 경제정책 우선순위와 정책 수단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파월 의장의 의견대로 고용창출 목표를 통화정책이 담당해야 하고 완전고용이 2∼3년 이내에 달성되지 못한다고 보면 금융완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옐런 장관의 시각대로 조기에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경우 어렵게 돋은 경기 회복의 싹을 자르는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테이퍼링을 비롯한 출구전략 추진 대상인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코로나 사태처럼 위기 때 추진하는 한시적 성격의 비상대책이다.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 풀린 돈을 회수하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출구전략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출구전략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른 형태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강구해야 하는 악순환 국면에 빠진다.

출구전략과 같은 대변화를 모색할 때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기준을 명확하게 예고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출구전략 필요성이 처음 언급될 때 Fed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몰조항 중심(sunset based)’ ‘조건충족 중심(threshold oriented)’ ‘경제지표 중심(data dependent)’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첫 번째 기준에 따라 1차 양적완화는 2010년 3월, 2차 양적완화는 2011년 6월, 3차 양적완화는 2014년 10월에 종료됐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은 물가상승률이 2.5%를 웃돌고 실업률이 6.5%를 밑돌 때다. 통화정책 시차를 감안해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 충족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Fed 제시 기준으론 테이퍼링 시작 아직 먼 일
Fed가 제시한 출구전략 추진의 세 가지 기준을 코로나 이후로 적용해 보면 양적완화에 해당하는 무제한 채권 매입 정책은 시한이 정해지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도 물가상승률이 2%, 실업률이 3.5%로 더 강화됐다. 앞으로 출구 전략 추진의 관건이 될 ‘실업률 3.5%’는 파월의 주장대로 2∼3년 이내는 물론 그 이후에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옐런 장관의 생각은 다르다. 코로나 직후 14%대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6%대까지 낮아진 데는 Fed와 금융완화 정책의 역할이 컸지만 지난 4월 이후 나타나고 있는 노동시장의 병목 현상은 교육 등의 인프라 투자와 소득계층 혹은 기업 규모별로 선별적 조정이 가능한 재정이 담당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양적완화와 같은 보편적 통화정책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인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인프라 확충 계획이다. 두 계획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로 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가 옐런 장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 그리고 이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은 두 계획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되고 효과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 옐런 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을 ‘실수’가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술수’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월의 운명’ 어떻게 될까 월가도 관심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는 옐런 장관이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임명된 인사다.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여름 휴가철 이후에나 거론돼야 할 차기 의장 후보가 4월 고용통계 발표 이후부터 거론되는 것도 주요 현안에 대한 옐런 장관과의 갈등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파월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월가에서 6월 4일 발표될 5월 고용통계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년 만에 테이퍼링 거론 왜
금융위기 때는 4년 만에 등장
시스템 문제 아닌 코로나 사태…경제회복 빨라 자산거품 우려
코로나19 위기 극복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경제지표는 통화량이다. 코로나 사태 직후처럼 비상 국면일 때는 돈을 무제한 풀고 최근처럼 극복 중일 때는 돈의 공급을 줄여나가는, 즉 테이퍼링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금융위기 때는 위기 발생 이후 4년 만에 거론됐던 테이퍼링이 왜 코로나 사태 때는 1년 만에 거론되느냐 하는 점이다. 대부분 금융위기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진행된다. 위기 극복도 이 단계에 따라 수습돼야 한다. 테이퍼링은 실물경기가 회복돼 후행지표인 고용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하면 추진한다.

위기 3단계 이론으로 볼 때 금융위기는 시스템 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사전에 예고돼 초기 충격이 작은 반면 시스템 위기를 극복해야 실물경기 회복이 가능해져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금융위기를 맞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적게 풀었는데도 2013년에 가서야 테이퍼링이 처음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뉴노멀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에 해당하는 코로나 사태는 초기 충격이 큰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모든 사람이 공포에 휩싸이고, 세계 주가가 한 달 만에 반 토막이 날 정도로 순식간에 폭락한 것은 리스크 이론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nobody knows’, 즉 아무도 모르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Fed는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1913년 설립 이래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매입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제한 달러화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했다.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인 ‘최종 대부자’ 역할을 포기했다는 평가가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종전의 위기와 달리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 사태는 백신만 보급되면 세계 경제가 ‘절연’에서 ‘연계’ 체제로 빠르게 이행됨에 따라 풀린 돈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장률이 높아져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진다. 실제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테이퍼링이 금융위기 때와 달리 앞당겨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대부분 Fed 인사는 테이퍼링 추진에 신중한 입장이다.

또 하나의 궁금증은 테이퍼링이 증시에 반드시 악재인가 여부다. 테이퍼링은 위기가 정상적으로 극복되고 있다는 정책적인 판단이자 신호다. 테이퍼링 추진 없이 금융완화만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경제 복원력이 떨어져 또 다른 위기를 낳을 빌미가 될 수 있다. 테이퍼링에 따라 대형 기술주에서 경기 민감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 주식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반드시 악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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