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만명, 4조 피해…눈감고 방치하다 키운 눈덩이 '코인 사기'

입력 2021-06-01 17:48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피해자 7만 명, 피해액 4조원 규모의 거대한 ‘코인 사기’ 사건으로 비화됐다. 한 암호화폐거래소가 ‘투자액의 3배를 단기에 수익으로 돌려주겠다’며 6만9000여 명에게서 3조8500억원을 모았지만 원금마저 날린 사례가 속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단체소송을 낼 예정이다.

위태롭던 시장이었던 만큼 예고된 사태지만 내용을 보면 여러 면에서 놀랍다. 피해 규모가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라던 조희팔 사건(피해자 4만 명, 피해액 4조~5조원)에 버금간다. 투자자를 7개 직급으로 나누고, 새 회원 유치 시 수당 지급을 약속하는 전형적 ‘피라미드 영업’으로 순식간에 몸집을 키웠다. “재벌가 자제가 거래소 대표” 등의 허위 정보도 유포했다. 과거 옥장판으로 대표되던 다단계 사기 대상에 코인이 활용된 것만으로도 암호화폐 시장의 극심한 혼탁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화폐도 금융자산도 아니라며 팔짱을 낀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사기와 불공정이 오래전부터 공공연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업비트)에서조차 한 암호화폐가 ‘해외펀드에서 5조원을 유치했다’는 허위 공시로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이 얼마 전 발표됐지만 여러 부처가 형식적 업무 분장을 했을 뿐, 시장이 요구하는 체계적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암호화폐 관련 유일한 법규정인 특정금융정보법도 거래소의 자금세탁 방지가 초점이라 상장, 투자자 보호, 발행사 불법 등 핵심을 비껴갔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에 떠밀려 올 3월에야 특금법을 시행한 한국과 달리, 선진국은 5~6년 전부터 시장 관여를 본격화했다. 미국 뉴욕주는 2015년 공시부터 자금세탁 이슈까지 규정한 ‘비트 면허법’을, 일본은 증시에 준하는 이용자 보호 등을 의무화한 자금결제법을 2016년 도입했다. 그 덕분에 미국 최대거래소(코인베이스)에는 58개, 일본 최대거래소(비트플라이)엔 12개의 코인만 상장돼 있다. ‘상장하면 날아갈 것’이란 호언장담을 앞세운 사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위태롭지만 가장 느슨하다’는 평을 받는다. 4년 전부터 ‘김치 프리미엄’이 화제일 만큼 국민 관심이 큰 데도 허송세월한 탓이다. 2030세대 투자자 눈치를 살피느라 최소한의 규제입법조차 소극적인 국회 책임도 크다. 블록체인 등 관련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건전한 투자 시장을 설계하려면 종합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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