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문제 없다지만, 나무는 썩는 중입니다" [공매도 재개 후上]

입력 2021-06-04 09:46   수정 2021-06-04 09:51



공매도가 재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금융당국과 증권가에선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당장 지수에 끼친 영향은 없었더라도 특정 매매주체가 개별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활용해 비정상적인 주가 하락을 조장했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숲은 문제가 없어보일지라도 나무별로는 하나하나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숲을 보는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가 시장에 안착했다는 입장이다. 4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3일 이후 재개된 공매도는 경기회복세 등 양호한 거시·주식시장 환경 하에서 원활하게 안착했다"며 "주가지수는 전반적으로 세계증시와 유사하게 움직였으며, 국내증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공매도 재개와 주가 유의미한 관계없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전에 비해 다소 증가했지만, 주가와 유의미한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6882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거래가 급증한 지난해 3월(6542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다. 그러나 전체 거래대금이 과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고려하면 상승 폭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개시 초기 금지기간 누적됐던 공매도 수요로 증가폭이 높았지만, 이제는 하향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 금지기간 중 현물공매도 금지의 대안으로 선물매도가 증가한 바 있다. 이로인해 선물 저평가 상태(백워데이션) 유지됐고, 공매도 재개 이후 고평가된 현물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선물을 매수하려는 차익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대금이 줄고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5월 첫째주만 하더라도 8416억원이었지만, 넷째주에는 637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설명에 개인투자자들은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 전체에 투자하기 보다는 개별종목에 직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시장이 안정화된다고 하더라도 공매도 타깃이 된 종목에 투자했다면, 이러한 분석은 공염불이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한달을 누적으로 집계했지만, 공매도의 집중대상이 되면 하루 이틀사이에 주가가 급락하는 건 예삿일이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26일과 27일에 각각 전일 대비 6.7%와 3.48% 급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발행한 '매도' 보고서의 영향이었다. 기존 LG화학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30만원을 제시하던 CS는 갑자기 한국 증시의 지주사 할인 트렌드를 이유로 투자의견을 '매도'로, 목표주가는 68만원으로 각각 하향했다.
"시장은 평온해도 개별종목은 공매도 영향"
개인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건 CS의 매도보고서의 영향으로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을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LG화학에 대한 공매도 거래도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LG화학에 대한 공매도 거래대금은 100억원대였지만, 지난달 26일과 27일에는 각각 649억원과 844억원을 기록했다.

잘 나가던 대형주가 외국계 리포트와 공매도 등에 발목이 잡히자 여기저기서 투자자 불만이 터져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와 외국계 리포트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온다.

지난달 공매도가 가장 많았던 삼성전자는 어땠을까. 지난달 3거래일(5월11일~13일) 연속 하락한 기간을 살펴보니 공매도 재개 이후 50억원 안팎이던 공매도 거래대금이 11일을 기점으로 84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후 12일과 13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각각 923억원과 2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총 5% 넘게 주가가 떨어졌다. 당시 반도체 칩 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가운데 공매도가 주가 하락세에 부채질을 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늘어날 때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달 13일 하루에만 1200억원을 넘는 기관의 공매도 물량을 나왔다. 이날은 5월 기준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공매도 물량을 쏟아낸 날이기도 하다.

문제는 공매도 거래를 외국인만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3월13일 공매도 거래를 중지한 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만 공매도 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이 시장에서 개인의 비중은 미미하다. 지난달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거래의 98.4%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의 비중이 85.5%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가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진 만큼 이들 종목에 쏟아진 공매도 물량도 상당수가 외국인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가 내린 것이 100% 공매도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일부 공매도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계속)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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