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야기와 음악 무대 배경 삼박자 맞춘 명작 '귀토'

입력 2021-06-03 15:51   수정 2021-06-03 15:53

이야기는 흥미롭고 음악은 조화가 맞았다. 무대 연출에서도 두 요소를 관객들에게 생생히 전달했다. 국립창극단이 2일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창극 '귀토-토끼의 팔란' 이야기다.

공연에선 해학미가 돋보이는 이야기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판소리 '수궁가'를 모티프로 삼았다. 위험도 컸다. 이미 이야기 흐름을 누구나 아는 데다, 밴드 이날치가 '범 내려온다'로 신선한 해석을 먼저 내놔서다.

공연이 시작되자 우려는 사라졌다. 고선웅 연출가의 노련함이 빛났다. 익숙한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변용한 것이다. 그는 낯설음과 익숙함을 적절히 이야기에 녹여냈다. 첫 이야기는 '토끼가 육지로 돌아간 후 행복했을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했따. 용왕을 속인 토끼의 아들 '토부'(김준수)를 중심으로 극이 흘러갔다.

이야기의 얼개는 원전과 비슷했다. 관객들이 공연을 생소하게 느끼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1막에선 세상 물정 모르는 토끼와 음흉한 자라를 내세워 원전 캐릭터를 유지한다. 너무 낯설지도 마냥 진부하지 않게 이야기를 꾸몄다. 영어와 한글을 섞어서 읊는 현대적인 대사와 '처용가', '춘향가' 등 고전에서 차용한 토막 소리도 관객들이 극에 빠져들도록 일조했다.

서사에 몰입도가 높아지니 음악이 자연스레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한승석 음악감독은 균형감있게 소리꾼들의 창과 국악관현악단의 반주를 조율해냈다. 마이크를 썼어도 소리꾼들의 목소리는 거슬리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해오름극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자 500석 규모의 달오름극장에서 창극을 펼쳤다. 소극장이다보니 소리꾼들의 음량이 거세게 들렸다.

해오름극장 공사를 마치고 무대 규모가 두 배 커졌다. 맘껏 꾸밀 수 있었지만 국립창극단은 욕심을 줄였다. 올해 이태랑연극상을 수상한 이태섭 무대연출가는 미니멀리즘을 택했다. 배경을 설명하는 데 최소한의 소품만 활용한 것이다. 어설픈 분장도 없었다. 창극 단원들이 몸짓과 창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대신 최신 기술을 무대에 적용했다. 관객들에게 무대 효과를 드러내려 1500여개 각목으로 경사로를 설치했고 바닥엔 가로 8m, 세로 8m인 발광다이오드(LED) 장판을 깔았다. 장판에는 수중과 산중을 상징하는 배경이 드러났다. 승강장치도 접목된 장판으로 관객들이 누구에게 집중해야 하는 지를 명확히 제시했다.

국립극장이 왜 해오름극장 재개관에 공을 들였는 지 여실히 드러난 공연이었다. 해오름극장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선 전통예술만 올리는 대극장이 없다. 1500여석 규모의 대극장으로 노는 판이 커지니 다채로운 무대 기술을 들일 수 있었다. 창극단원 50여명도 새판에서 마음껏 창을 지르며 관객들을 홀렸다. 귀토는 오는 6일까지 이어진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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