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처럼 바꾸자"…통신3사 이어 현대차도 '거점오피스'

입력 2021-06-04 10:30   수정 2021-06-04 10:51


현대자동차가 '거점오피스'를 들고 나왔다. 대기업들 중에선 통신3사에 이은 시도로 '상명하복'의 수직적 의사전달 구조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는 현대차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정의선 회장식 개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비대면 업무 방식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게 발단이 됐다. 업무 효율성 증대뿐 아니라 평소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직군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해 화학적 융합을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 '에이치 워크 스테이션' 오픈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본사 외에 △서울 종로구 계동사옥 △용산구 원효로사옥 △동작구 대방사옥 △강동구 성내사옥 △인천 부평구 삼산사옥 △경기 안양사옥 △의왕연구소까지 7곳에 약 400석 규모의 거점오피스 '에이치 워크 스테이션'을 열었다.

에이치 워크 스테이션은 실시간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통해 자유롭게 좌석을 이용할 수 있고 회의실, 폰 부스, 라운지 등 다양한 사무·휴식 공간을 갖췄다.

현대차는 거점오피스 도입 이유를 "출퇴근 시간을 줄여 임직원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재택근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중 추가로 100석 규모의 거점 오피스를 판교에 오픈한다.

몸집이 큰 대기업들이 거점오피스를 유행처럼 도입하고 있다. 중앙통제 구조에서 분산형 근무 형태로 바꿔 의사결정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SKT KT LGU+ 통신업계 거점 오피스 대대적 도입
앞서 통신 대기업들이 판교의 스타트업 스타일로 체질 개선을 꾀하며 거점오피스를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전사적 재택근무에 들어간 SK텔레콤은 전 직원이 회사, 집, 거점 오피스 등 근무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크 프롬 애니웨어'를 시행 중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거점 오피스를 을지로, 종로, 서대문, 분당, 판교 등 5개 지역에 마련했다. 현재 하루 100~200명이 거점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11월 "워크 프롬 애니웨어로 부산에서도 서울 본사팀에 소속돼 일할 수 있다. 가족과 해외에 체류해야 하는 직원이나 해외에서 선발된 인재가 반드시 우리나라에 오지 않아도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지난달부터 기존 광화문, 우면, 분당 오피스 외에 서울과 경기에 총 8곳의 추가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1월부터 용산 본사 이외에 강서구 마곡사옥, 경기도 과천국사에 거점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쿠팡이 개발자들을 위해 판교에 '쿠팡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을 열었다. 이곳은 최대 100명이 동시에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형 구조의 사무 공간으로 화상회의가 가능한 회의실과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됐다.

LG이노텍은 서울 연세세브란스빌딩에 첫 거점 오피스를 개설했다. 위치는 KTX·지하철·공항 등 교통 접근성이 좋은 서울역 주변으로 선정했다. 롯데호텔, 롯데쇼핑, 한화시스템 정보통신기술(ICT) 부문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거점오피스의 장점은 단순한 출·퇴근 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는다. 본사처럼 자기 자리가 정해진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부서의 직원끼리 마주칠 기회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거점오피스를 이용하는 한 통신업계 직원은 "처음에는 재택근무가 마냥 좋았지만 집에서 계속 근무하다 보니 집중이 안 되고 점점 업무 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거점오피스는 업무 방식에 있어서 재택과 출근 선택권이 있어 그 부분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새로운 공간에서 근무하면 은근한 긴장감이 들어 집중이 잘 된다"며 "이제는 정해진 사무실에 출근하라고 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것 같다. 직장 상사나 불편한 관계의 동료를 보지 않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부연했다.
현대차 '자동차 공룡→스타트업 스타일' 다이어트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차의 거점오피스 도입을 '정의선식 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가 기존 조직문화 때문에 혁신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 비대한 조직을 스타트업처럼 다이어트 하겠다는 정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올 들어 직원들과 가진 온라인 타운홀미팅에서 장거리 출퇴근 개선 방안에 대한 직원들의 물음에 "(집과) 가까운 곳에 위성 오피스를 만들어 거기서 일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단축돼 더 효율적이면 좋겠다는데 동의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앞서도 드러낸 바 있다. 2019년 10월22일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도 "대면 보고하는 문화를 예전부터 싫어해서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다. 마주앉아 설명하고 보고하는 것을 제발 하지 말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업무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효율성이다. 신속하게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필요하면 해야 한다. 앞으로 변화가 더 많아질텐데 지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본사와 핵심 연구소가 각각 서울 양재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해 거점오피스에 대한 서울 거주 직원들 만족도가 더 높을 것"이라며 "현대차의 거점오피스 도입은 과거 자동차 생산만 하던 '제조업체'에서 벗어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사무실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사옥 관리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줄여 연구개발(R&D)이나 인적 개발에 투자하는 경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주/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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