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강사로 일하는 이모씨(28)는 최근 학부모들로부터 이런 요청을 자주 받고 있다. “상담하는 학부모의 30% 정도는 자녀의 원래 학년보다 낮은 학년의 수업을 듣기를 원한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학부모들은 작년을 ‘잃어버린 1년’이라고 말한다”며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타난 아이들의 학력 저하를 최대한 빨리 복구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치동 학원가 강사는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에게 비상이 걸렸다”고 입을 모은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초등학생은 부모 도움 없이 학교 원격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더구나 3~6학년은 1~2학년과 달리 ‘매일 등교’ 대상이 아니다. 이로 인해 중학교 진학을 코앞에 둔 5~6학년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치동 A영어학원은 지난 1일 기초 영어단어를 모르는 초등학생을 위한 ‘여름학기 특별반’을 개설했다. 강사 최모씨는 “지난 1월에 마련한 겨울학기 특별반보다 인기가 더 많아 등록한 학생 수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5인 이내 적은 학생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소수정예’ 학원도 인기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학생 개개인을 꼼꼼히 관리해 온라인 수업으로 불규칙해진 생활습관을 바로 잡아준다는 게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B수학학원은 2시간30분은 수업을 하고, 2시간30분은 학습상담을 하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1 대 1 맞춤 관리로 학생들의 진도를 점검해 개별적으로 학습 계획을 짜주고 숙제를 내주기에 학부모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원들의 수강료는 대개 주 2회 기준으로 한 달에 50만~60만원 수준이다. 유명 강사가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의 수강료와 맞먹는다.
대치동에선 입학시험을 치러야만 들어갈 수 있는 특수 학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1 자녀가 있는 한 학부모는 “좋은 학원에 들여보내기 위해 아이를 다른 학원에 보내 준비시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로 학력 저하가 공식 확인되면서 사교육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월 ‘코로나19 교육격차 해소방안’을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늘었다”고 답한 학부모는 57.9%에 달했다. 권익위는 “교육격차에 대한 불안감이 사교육비 지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김남영 기자/박예린·맹진규 인턴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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