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 신고하자 따돌림…남인천 세무서 성추행 피해자 사망

입력 2021-06-03 07:22   수정 2021-06-03 09:51



성희롱 피해를 입고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던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 클린어벤져스는 지난 2일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콘텐츠 '헬프미프로젝트 3화' 의뢰자분께서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이 출연했던 온라인 영상 클립을 비공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과는 촬영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로 안위를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었고, 지난 3월 청소를 요청하셔서 청소도 도와드렸었고, 굉장히 밝아진 모습에 저희 모두 안도하고 기쁜마음이었다"며 "'나처럼 어려운 사람들과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소중하게 사용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큰액수의 금액을 기부도 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며칠 전 새벽 2시에 전화를 주셨는데 받지 못했고, 이후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집으로 찾아가 고인의 유지를 최초로 발견하였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인에 대해 클린어벤져스 측은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남에게 피해끼치기를 극도로 싫어하였으며, 저희가 아는 누구보다 착하고 여리신분께서 운명을 달리하셨기에 저희 클린어벤져스 멤버들 모두 충격에 휩싸여있는 상태"라며 "반면 세무공무원으로서 멋지고 번듯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고인을 이렇게 비극으로 만들어 놓은 해당 피의자는 아직도 고위직 공무원으로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클린어벤져스는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 쓰레기더미 집을 깨끗히 치우면서 왜 그들이 더러운 집에서 살 수 밖에 없었는지 사연을 전하면서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수를 자랑하고 있다.

'헬프미프로젝트'는 특히 정신적인 충격이나 상처 때문에 청소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의 사연을 전하는 콘텐츠였다. 출연자들 역시 살기 위해 클린어벤져스의 도움을 요청해왔다.

고인은 2017년 11월 논란이 됐던 인천 지역 세무서 성추행 사건 피해자였다. 가해자 A 씨는 남인천 세무서 소속 5급 공무원으로 피해자에게 스킨십을 하고, 성적인 발언을 하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 씨는 더불어 "여자는 25살 전까지 싱싱하고 그 후론 맛이 간다", "여자들끼리는 시기·질투를 해서 붙여놓으면 일이 안 된다", "예쁘면 동성끼리도 좋아한다"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 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인했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무단결근을 하는 등 근무태도가 좋지 않은 B씨가 징계를 피하려고 나를 음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피해 여성은 A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이후 "우리 조직 내부의 일이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회유를 당했고, 세무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B씨에 대해 "전과 16범이다", "고소취하를 조건으로 서울청으로 보내달라고 했다"는 등의 인신공격성 글도 퍼졌고 간부와 B씨가 나눈 대화도 유출되는 등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관련 과정은 A 씨의 무혐의로 수사 종결 됐다"며 "A 씨는 현재 관련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린어벤져스 측은 가해자를 '혀걸레'라고 칭하며 가해자 뿐 아니라 "부당함을 보고도 묵인하고, 거기에 한술 더떠서 단체로 의뢰인을 따돌린 사람들도 똑같은 가해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무슨 죄라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냐"고 지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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