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文정부 '경제인 특사' 1호 될 수 있을까?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1-06-04 11:06   수정 2021-06-04 11:09


최근 정치권 안팎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4년 간 문재인 정부에서 특별사면을 받는 경제인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년 간 5번의 정부에서 경제인 특사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특사를 받는 경제인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학계에서는 최근 문 정부의 정책 선회 움직임, 임기 말 지지율 등을 감안했을 때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에 무게를 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을 3배 웃도는 등 여론도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 들어 경제인 특사 0명…최소 20년 간 최초
학계는 "文, 이재용 사면할 것" 전망 우세

4일 한경닷컴이 입법조사처와 법무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총 4번의 특사를 실시했지만 경제인 특사는 0명으로 파악됐다. 임기 첫 법무부장관이었던 박상기 전 장관은 "재벌총수 사면이 '국민통합'이나 '부패척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임기 초반의 이런 정부 기조가 내내 유지돼 온 것이다.

지난 20년간 경제인 특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2001년 이전 자료는 현재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사면은 헌법 제79조에 따라 규정하고 있다.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특정인을 사면하는 특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법무부 등에 따르면 수감 중인 주요 경제인은 이 부회장을 포함해 14명 정도로 파악된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과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등 4대그룹 대표와의 오찬간담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회장은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상의·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단체는 4월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건의서를 제출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이 부회장의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문재인 정부는 그간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면론에 무게를 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해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 국민의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일 4대 그룹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한달 전 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가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 총수에게 힘을 실어줘야 반도체 경기가 탄력을 받는 점도 문 대통령이 사면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이 부회장의 호감도가 여타 재벌들 보다 높다는 점, 삼성의 이미지가 개선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도 올해 안에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배터리 분쟁 합의에 대해 SK와 LG에 감사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보며 민간 기업의 힘을 확인했다"며 "정권 말로 갈수록 경제 활성화와 중도층 지지율을 고려하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론조사·빅데이터도 JY 사면론에 무게
관건은 여당·지지층 반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7대 3 비율로 이 부회장의 사면 찬성 의견이 앞선다. 최 회장의 사면 건의 언급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도 이를 염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장 최근 조사인 2일 발표된 알앤써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68.4%로 반대(24.5%)의 3배 가량 높았다.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이 51.3%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매우 반대한다'는 의견은 13.5%에 그쳤다. 1일 발표된 원지코리아컨설팅 조사에서도 찬성론이 65.0%, 반대론이 27.8%로 비슷했다.

온라인 데이터도 이같은 기류가 확인된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3일 국내 소셜미디어 및 정부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의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이 부회장의 순호감도(긍정률에서 부정률을 뺀 값)가 매달 상승 중이라고 밝혔다. 파기 환송심 선고 후 2월 '이재용 부회장 사면' 게시물의 순호감도는 -0.9%(긍정률 11.3%, 부정률 12.2%)였으나 3월 2.6%(긍정률 28.7%, 부정률 26.1%), 4월 10.8%(긍정률 20.3%, 부정률 10.8%), 5월 19.4%(긍정률 28.1%, 부정률 8.7%)로 최근 여론은 크게 바뀌었다.

관건은 여당 내 반대 의견과 현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의 반발이다.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다시 나오자 벌써부터 여당 내에서 반대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70% 이상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니, 참모진들이 (제게) 말을 피하라고 조언하지만 정치 그렇게 하는 것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반대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양승조 충남지사(민주당 소속)도 "대한민국 제1의 기업으로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 총수가 형량을 다 채우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시금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간 문재인 정부 지지층이 기업 총수 사면을 반대해왔다는 점이 이 부회장의 특사를 결정 지을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알앤써치 여론조사에서 유형별로 대체로 찬성론이 부정론 보다 앞섰지만, 진보층은 과반 이상인 53.6%가 이 부회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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