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1000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가능한 직업은?

입력 2021-06-07 13:46   수정 2021-06-07 15:16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한의학은 서양의학에 대응하는 의학으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에서 교류되어 온 동양의학이다. 우주운행원리인 음양을 중심으로 한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몇 안 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을 계승하는 한의사는 현재 국내 2만명이 넘는다. 대한한의사협회 법제이사이자 대한한의사전문의협회장을 역임 중인 정훈 원장을 만나 한의사라는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한의사가 어떤 직업인지 소개해 달라.
“한의원을 한번이라도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의사는 의료인의 일종으로서 한의학적으로 사람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국가 면허를 취득한 사람이다. 쉽게 설명하면, 진단을 통해 환자를 파악하고 침, 뜸, 부항, 추나, 한방물리치료, 한약 등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직업이다.”

한의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원래 꿈은 선생님이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고려대 역사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다 문득 의사나 한의사도 교사와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1학기만 다니고 이듬해 대전대 한의대로 다시 들어갔다.”

보통 진로는 주변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주변에 한의사가 있었나.
“고등학교 동기들 중 의대로 진학한 친구들이 많았다. 아마 그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국내 유수의 대학에 진학했다가 다시 수능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
“전혀 반대는 없었다. 오히려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씀하시더라.”



한의대에서는 어떤 걸 배우나.
“한의과대학은 의과대학과 마찬가지로 예과 2년. 본과 4년을 거쳐야 된다. 이 기간 동안 한의사로서 필요한 진단, 경혈, 침, 추나, 본초, 방제 등 한의학적 내용을 비롯해 생물, 화학, 해부, 생리, 병리 등 양의학 과정도 배운다. 대학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천 번 정도의 이론과 실습시험을 통과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물론 한과목이라도 F학점이 있거나 평점 2.0 이하가 되면 그 학기에 들었던 모든 과목을 재수강해야한다.”

한의대 졸업 이후 과정을 설명해 달라.
“한의과대학을 졸업하면 한의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시험에 통과해야 한의사가 될 수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한의사도 전문의 제도가 있다. 전문의 제도는 한의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한의사가 수련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을 거치고, 논문(제1저자로 작성)을 쓰고 나면 ‘한의사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전문의가 된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한의대에서 1000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의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 주어져”
“2년 전 한의사전문의협회 발족···한의사도 전문의 제도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한의사 전문의 제도는 언제 시작됐나.
“한의사 전문의 제도는 2000년에 처음 시작됐다.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로 총 8개 분과로 구성돼 있다. 2019년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신고 된 한의사 숫자는 총 2만1630명이며, 그 중 한의사 전문의는 2727명으로 한의사의 약 12.6%가 전문의다.”

2년 전 대한한의사전문의협회를 직접 발족했다고 알고 있다. 현재 협회장 직을 맡고 있는데, 전문의협회를 만든 이유가 있나.
“사실 국민 10명 중 9명은 한의사 전문의 제도를 모를 것이다. 협회의 목적은 한의사 중에도 전문의가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한의사 전문의 제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한의사 중 전문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뭔가.
“전문의 과정을 이수하려면 인턴제도를 수행할 수 있는 병원급 한방병원이 있어야 한다. 연간 한의대 졸업생이 800명인데, 경희대 한방병원 등 전국에 인턴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140여개 정도다. 한참 못 미친다. 그리고 인턴 수련을 위해서는 전문의 한의사가 지도해야 하는데, 이 제도가 20년 밖에 안 돼 나이가 있는 분들 중에서는 전문의가 없다.”



대한한의사전문의협회에서는 현재 어떤 계획이 있나.
43대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대한치과협회에서 전문의 과정을 운영하는 것처럼 온라인강의로 전문의 육성과정을 대체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한한의사전문의협회에서는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기에 반대의사를 표현했고 결국 무산됐다. 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하는 가장 좋은 방향은 인턴수련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많아지는 것인데, 급격하게 전문의 숫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문의들이 온라인강의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의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문의 제도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특수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는데 온라인 교육으로는 교육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을우려가 크기에 반대를 표했다. 더 나아가 한의사 전문의제도가 격하된다면 한양방의 의료 논란에 중심에 설 우려도 있었다.”

전문의협회장으로서, 그리고 한의사로서 전문의 제도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전문의가 아닌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한의대를 졸업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환자를 볼 수 있다. 학부과정에서 실습을 하긴 하지만 면허취득 후 병원에서 본인의 면허번호를 걸고 진료하며 배우는 시간은 전문의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인턴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전문의를 선택하게 됐다. 쉽게 말해, 인턴제도는 개개인 한의사가 각과별 환자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현재 환자들은 기존 비용과 차이 없이 전문성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8개 분과별 전문의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선택의 폭이 더 넓지 않을까.”

전문의 제도가 안착되면 기존 한의사들의 반발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전문의가 활성화 되면 기존 한의사들은 피해 아닌 피해를 받다는 위기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다. 전문의협회 사이트에 항의 글을 남기시는 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의 제도는 한의사, 그리고 환자를 위해 안착되어야 한다.”

전문의 제도가 안착되려면 예비 한의사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알려야 할 것 같다. 어떤 계획이 있나.
“협회를 발족한 지 아직 2년 밖에 안 돼 사실 홍보가 미흡한 점이 있다. 전문의들 중에서도 협회를 잘 모르는 분들도 있다. 얼마 전 전문의협회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순차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할 계획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교사 꿈꾸며 고려대 역사학과 입학했지만 한의사로 진로 변경···
인턴시절, 쪽잠 자며 주경야독했지만 직업적 보람은 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다시 직업으로 돌아와서, 한의사를 하면서 힘든 적은 언제였나.
“한의사로서 처음 어려움에 봉착했던 것은 인턴시절이다. 한의사 면허 취득 후 전문의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대학수련병원에 들어갔는데 그 당시만 해도 인턴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았다. 수련을 받지 않은 동기들과 경제적으로 비교되는 것도 있었지만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처음 병원에 들어갔을 땐 낮에 일하고, 저녁에는 교육받고, 밤에는 밀린 일을 하느라 일주일에 10시간정도밖에 못잔 적도 있었다. 솔직히 인턴을 그만두고 도망갈 생각도 했었지만 이 기간을 통해 여러 과를 돌면서 각과의 환자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환자의 아픔에 대해 이해하고 병원생활에 적응해갔다.”

직업적 매력이 있다면.
“일을 하면서 감사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직업이 몇 개나 될지 모르겠다. 내 일을 할 뿐이지만 환자의 입장에선 아픈 곳을 치료받기 때문에 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보다 매력적인 게 있을까.”

피아노 치는 한의사로도 유명하다. 피아노는 언제 배웠나.
“피아노를 배운 지는 한 4년 정도 된 것 같다. 아내가 피아니스트다. 공보의 시절, 연애하면서 배웠는데 재미있더라. 피아노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아마추어 콩쿠르에 나가 입상도 하고, 책도 쓰게 됐다.(웃음)”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4년 전 아내 통해 피아노 접해···콩쿠르 나가 입상도
피아노는 한의학과 비슷한 점 많아 끌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음악에 남다른 조예가 있었나보다.
“그렇진 않다. 실력은 없는데 악보를 외우는 건 자신 있다. 아내도 악보외우는 걸 보곤 정말 신기해하더라.”

한의학과 피아노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한의학에서 보면 누군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을 때 머리에만 침을 놓지 않듯 피아노도 마찬가지다. 오른손으로 멜로디를, 왼손으로 화음을, 발은 페달을 구르는 복합적인 악기다. 그런 점에서 한의학과 피아노가 비슷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웃음)”

한의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다면.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한의학이 국가의료체계로 남아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이다. 어떻게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한의학을 모르고 평생을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한의사를 이미 꿈꾸고 있다면 그 자체로서 축복받은 일이다. 지금 현재도 부작용은 덜하며 치료효과를 더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한의학이 각광받고 있으며, 비단 의료뿐 아니라 의식주에도 한의학은 품격을 더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한의학을 융합할 수 있는 분야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넓은 마음으로 한의학을 바라보면 더 큰 시장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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