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직결돼도 '김용선'은 용납 못해"…GTX로 분열되는 김포

입력 2021-06-03 11:15   수정 2021-06-03 13:48

‘GTX 뚫린다고 해서 김포로 왔는데 강남 직결 원안 사수 청원합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노선이 강남 바로 연결이 될 때까지 투쟁해야 합니다’…

3일 한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김포의 GTX-D 노선이 강남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내는 글이 여러건 올라와 있다. 주민들은 국토교통부 앞에서 매주 시위를 하는 것을 비롯해 이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표로 삭발식까지 거행했다.

이처럼 GTX-D 노선 축소에 대한 반발이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김포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GTX-D 노선의 축소 소식이 이슈화 되면서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김부선·김용선도 호재인데 지나친 반발로 집값만 떨어뜨려놨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GTX-D 서울 직결하면 된다더니
국토부는 지난 4월 4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GTX-D노선을 경기 김포 장기에서 부천종합운동장까지만 연결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당초 GTX-D노선의 서울 강남 통과를 요구했었다. 기대보다 대폭 축소된 노선이 발표되자 김포 주민들을 중심으로 “김부선이 웬 말이냐”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국토부는 GTX-D노선이 지자체의 건의안보다 크게 축소된 이유로 △10조원 이상 사업비 필요 △서울지하철 2·9호선과 노선 중복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도 김포 주민들 사이에서 ‘서울 직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자 정부는 GTX-B노선을 통해 D노선 일부 열차를 서울 여의도나 용산까지 연장 운행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포 주민들 사이에선 다시 ‘강남 직결’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원안대로'나 '하남연결'이지만, 속내는 강남을 지나가는 노선을 지켜내자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부 차량 직결로는 안 된다. 김용선도 반대” ,“지역에서 제시한 안 그대로 추진돼야 한다” 등의 글을 올리는 등 항의했다.

김포 지역구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하영 김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도와 김포시, 부천시, 하남시가 제출한 GTX 노선, 서울 5호선 노선은 단 하나뿐”이라며 “(국토부가) 어물쩍 여의도나 용산 연장안을 흘리면서 또다시 국민들을 우롱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김포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급기야 삭발 투쟁까지 펼쳤다. 김포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와 김포시 지역구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박상혁 의원은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GTX-D 노선의 경기도 원안(原案) 적용’과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하며 공개적으로 삭발식을 했다.
김부선 반대하는 속내는
GTX-D 노선의 강남 직결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출퇴근 문제’를 이유로 든다. 주민들은 “지역 내 교통사정이 열악하고 서울과 연결된 철도 노선이 하나뿐이라 혼잡도가 상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김포는 2010년 한강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한 뒤 2011년 25만 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47만 명까지 불었지만 서울로 가는 철도는 2량짜리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이 전부다. 그조차도 이미 포화할 대로 포화했다. 출퇴근 시간대 혼잡률(전동차 1량 정원 대비 탑승 인원 비율)은 285%에 달한다. 서울 최고 ‘지옥철’이라 불리는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9호선(237%)을 웃도는 수치다.

다만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비중이 큰 것은 아니다. 교통연구원이 김포를 드나드는 차량(승용차 등), 버스, 지하철 등 출퇴근 시간대 교통총량을 분석한 결과 김포에서 서울로 향하는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은 전체의 약 20%였다. 다만 김포에서 강남을 오가는 교통량은 전체의 약 6%로 집계됐다.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인 GTX-D 노선 구간인 부천에서부터 B 노선을 공유해 서울 여의도·용산을 연결하는 것으로 출퇴근 교통 수요 분산 효과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포·검단 일대 주거하는 사람 다수가 서울 강서와 마포, 영등포 일대로 출퇴근이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결국 GTX-D 노선의 강남 직결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게 현지의 얘기다. 겉으로는 출퇴근 문제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집값 하락을 우려해서라는 것이다. 김포시 장기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김포는 올해 초만 해도 GTX-D 노선이 서울 강남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커지고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했다”면서 “4월 말 부천까지만 운행하는 것으로 나오면서 집값이 수천만원씩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치권에서 표심 확보를 위해 GTX-D 노선의 강남 연결을 건드릴 때마다 김포 집값은 급등했다. 작년 7월엔 김포시의회가 “김포~부천~강남~하남을 잇는 GTX-D를 조속히 추진하라”며 결의안을 채택하자마자 이후 김포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2.96% 올랐다. 이후 경기도가 김포에서 부천, 서울 남부를 거쳐 하남에 이르는 68.1㎞의 ‘GTX-D 희망노선’을 국토부에 건의하면서 가격 상승세는 11월(5.67%), 12월(4.32%)로 절정에 달했다. 김포가 11월 수도권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직전에는 아파트값이 일주일 만에 2.73% 급등하며 ‘금포’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지난 한 해 김포 아파트값은 15.36%까지 뛰며 수도권(9.08%) 상승폭을 크게 웃돌았다.
"김부선·김용선도 호잰데…괜한 반대로 집값만 떨어뜨렸다"
하지만 최근엔 김포 아파트값 하락세가 뚜렷하다. 주간 상승률은 작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존가보다 낮춰 가격 조정이 이뤄진 계약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김포시 장기동 청송현대홈타운2단지 전용 84㎡는 4월 말 3억9000만원(4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인 4억7700만원(15층)보다 1억원 가까이 값이 떨어졌다.

김포 운양동 리버에일린의뜰 전용 84㎡는 지난달 4억6900만원(4층)에 계약됐다. 동일한 면적대의 아파트가 지난 3월 5억4500만원(7층)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이 단지 또한 1억원 가까이 시세가 시세가 낮아졌다. 풍무동의 대장아파트인 김포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몇 달전만 해도 8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7억원대에도 매수자를 찾기가 어렵다.

김포 풍무동 인근 G공인 대표는 “최근 김포의 GTX-D 노선 축소 소식에 교통혼잡까지 부각되면서 실망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작년에 김포에 투자한 외지인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핌피(PIMFY)’ 현상에 대한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D노선을 B노선과 연계해 용산, 여의도로 직통 운행하는 방안 등 절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강남 직결만 고수하는 것을 두고 지역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 연결을 바랐던 김포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이어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력까지 더해지자 대규모 국책사업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힘겨루기 장처럼 변질됐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민심은 갈라지는 분위기다. 김포 장기동에 30년 이상 거주한 한 40대 주민은 “사실상 김부선, 김용선도 김포엔 철도 호재가 맞다”면서 “김포 시민들의 거센 반발 탓에 이같은 호재는 지역에 되레 악재로 작용했으며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 분위기를 부추기며 지지도 높이기에만 몰두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판은 쏟아진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30대 한 직장인은 “GTX-D 사태에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보며 떼를 쓰면 그냥 들어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며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니 누가 정치권과 정부를 신뢰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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