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숫자에 담긴 함정을 피하려면…

입력 2021-06-07 09:03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1분기 소득 분배 상황이 크게 개선돼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나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통계청이 매 분기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불평등 정도를 가늠하는 ‘5분위 배율’이 좋아졌다는 근거에서입니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악화하고 낮을수록 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6.30배인데 올해 처음으로 1인 가구를 포함해 계산한 수치입니다. 지난해까지는 2인 이상 가구만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1인 가구까지 포함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1분기 6.89배에서 올해 수치가 낮아졌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공식 발표된 5분위 배율은 5.41배입니다. 공식 발표 수치만 비교해 보면 불평등이 악화한 것이죠. 정치권과 야당에서는 정부에서 불평등 정도가 개선됐다고 홍보하기 위해 2인 가구 이상에서 1인 가구 포함까지 기준을 달리 해 통계를 왜곡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통계는 자연·사회 현상을 숫자로 계량화한 정보입니다. 통계를 내는 것은 시간과 공간 등 여러 기준에 따른 비교와 대조를 통해 자연·사회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흐름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표본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을 펴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나이팅게일은 1853년 크림전쟁 당시 야전병원의 입원, 부상, 사망원인 등에 관한 내역을 통계로 작성해 분석한 결과 위생 수준이 환자 생존율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개선한 결과 환자 사망률을 42%에서 2%로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계는 기준을 바꾸거나 범위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그 의미를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은 지난해 조사 대상에서 저소득자 비중을 줄였는데 하위 20%의 평균 소득이 늘어 분모가 커지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공식 발표된 작년 1분기 5.41배도 기존 조사 방식에 의하면 6.08배로 높아집니다. 같은 사회 현상을 놓고도 5.41배, 6.08배, 6.89배 등 세 가지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통계의 왜곡 가능성에 대해 나폴레옹은 “나는 통계로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단, 진실만 빼고”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통계를 어떻게 볼지 4, 5면에서 더 알아봅시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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