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에 생기는 지루성피부염…방치했다간 탈모로 이어질 수도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1-06-04 17:43   수정 2021-06-11 16:12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고온다습해지면 피부 트러블도 자주 생기기 마련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피지 분비가 늘어나면서 염증성 피부질환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올여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까지 써야 하기 때문에 피부 질환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피부질환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환자가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심각한 질병이 될 수도 있다.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루성 피부염, 화농성 한선염 등 단순한 뾰루지로 생각해 방치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피부질환도 많다. 여름철을 맞아 피부질환별로 증상이 어떤지, 왜 생기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등을 살펴봤다.

피부염 방치하다 탈모·종기로 이어져
여드름은 청소년의 약 80%가 겪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대부분 사춘기가 지나면 사라지지만, 일부에선 성인이 된 뒤에도 지속된다. 여드름은 모낭 안에 피지가 굳어서 딱딱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주위에 염증이 생기는데, 염증의 정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좁쌀처럼 빨갛게 올라오는 ‘구진성 여드름’, 여드름 부위가 곪는 ‘화농성 여드름’ 등이 대표적이다. 여드름은 피지선이 있는 부위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얼굴뿐 아니라 가슴이나 등에 생기기도 한다. 여드름이 사라지면서 피부에 오돌토돌한 흉터를 후유증으로 남기기도 한다.

여드름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홍반(붉게 변한 부위) 위에 기름기가 있는 비늘이 있다면 지루성 피부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지루성 피부염에 걸리면 피부 위 얇은 비늘이 벗겨지면서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두피로 번지면 비듬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거나 머리카락에 기름기가 많아진다. 지루성 피부염을 방치하면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루성 피부염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85만 명에 달한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피부가 접히는 부분에 홍반이나 종기가 생기면 희귀질환인 ‘화농성 한선염’일 수 있다. 화농성 한선염은 땀샘이 지나가는 부위에 따라 염증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붉은색 또는 갈색의 종기가 생긴다. 심해지면 종기가 터지고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습해지면 악화된다. 엉덩이 등에 종기가 생기면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해지면서 운동 부족에 따른 대사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미우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은 모낭 깊은 곳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 알아채기 어렵다”며 “환부를 눌렀을 때 심한 통증이 있거나 염증이 반복적으로 재발한다면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곰팡이균·스트레스가 증상 악화
이런 피부질환은 왜 나타나는 걸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가장 흔한 질환인 여드름조차 ‘사춘기 이후 호르몬의 영향으로 피지가 과다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사람마다 시점은 다르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피지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여드름이 사라진다. ‘아크네균(P.acnes)’이라는 박테리아가 여드름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아크네균은 평소에는 피부에 악영향을 주지 않지만, 모공이 막히거나 기름기가 많아지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발생시켜 염증을 키운다.

지루성 피부염 역시 피지와 관련돼 있다.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피지선이 발달한 두피, 눈썹, 귀, 겨드랑이 등에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테리아의 한 종류인 ‘말라세지아’가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진균제로 말라세지아를 억제하면 지루성 피부염 증상이 호전된다는 이유에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전달 물질에 이상이 생겨 증상이 악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화농성 한선염은 여드름이나 지루성 피부염보다 ‘실체’가 더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다. 땀샘이 많이 분포한 겨드랑이와 엉덩이 부위에 많이 나타나 ‘한선염(汗腺炎)’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최근 들어 땀샘과는 무관하다는 게 밝혀졌다. 의료계에서는 유전적 요인과 면역학적 이상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발병률이 세 배 이상 높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은 완화된다. 하지만 이 역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가볍게 생각 말고 병원 방문해야”
원인을 모르는 만큼 피부질환 치료의 목표는 대개 ‘완치’가 아니라 ‘증상 완화’다. 일반 여드름 환자에게는 여드름균을 살균하는 국소도포 항생제를 쓰거나 각질을 일부분 벗겨내 피지 배출을 돕는 피부재생 연고를 바르는 식으로 치료한다. 항생제는 클린다마이신·에리스로마이신, 피부재생 연고는 트레티노인·아답팔렌 등의 성분을 활용한다.

피지 분비를 줄여주는 약도 있다. 비타민 A를 변형시켜 만든 레티노이드 약물을 통해 피지 분비량을 줄이고, 비정상적인 각질과 세균 증식을 막을 수 있다. 한국로슈의 ‘로아큐탄’이 대표적이다. 다만 임신부가 이 약을 복용하면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지루성 피부염 치료 역시 홍반, 가려움증 등을 줄이는 게 목표다. 얼굴에 나타나는 홍반을 줄이려면 하이드로코르티손 등이 포함된 스테로이드 연고제를 사용하면 된다. 다만 스테로이드는 오랜 기간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염, 여드름을 부를 수 있다. 두피 각질 등이 심하다면 케토코나졸, 시클로피록스 등 항진균제 성분이 포함된 샴푸를 쓰면 된다.

화농성 한선염도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과 비슷하게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염증이 만성적으로 재발하거나 종기 부위가 크면 병변부를 절제하는 등 수술 치료도 동반해야 한다. 중증 화농성 한선염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적 치료법도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TNF-알파 억제제’를 통해 화농성 한선염과 관련된 면역 매개물질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애브비의 ‘휴미라’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상당수 환자는 ‘피부질환은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거나 숨긴다”며 “병을 키우면 치료가 어려워지고 수술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조기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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