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사옥' 전성시대…한화 '태양광 패널 커튼' 롯데 '풍력 가로등'

입력 2021-06-04 17:50   수정 2021-06-11 16:11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큰 덩치 때문에 ‘에너지 먹는 하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 건물은 물과 외부 공기의 온도차를 활용한 수열 발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45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1만7000㎿의 전기를 연간 생산한다. 건물 잔디광장도 발전소 역할을 한다. 풍력 발전기 12대가 쉼 없이 만들어내는 전기가 광장의 가로등을 밝히는 데 쓰이고 있다.
발전소를 품은 대기업 사옥

4일 경제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의 사옥이 친환경 빌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하면서 생긴 변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건물 관리 시스템으로 새는 에너지를 잡는 것은 기본이다. 수열이나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성하는 발전 시설을 설치한 사례도 부쩍 늘었다.

중구 장교동의 한화빌딩은 도심 속 태양광발전소로 통한다. 2016년 리모델링을 거친 이 건물은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 있다. 태양광 셀 세계 1위 기업인 한화큐셀의 기술력을 알리고 에너지 소비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한화빌딩은 건물 일체형 태양광 설비(BIPV)를 통해 사옥 전체 전력소비량의 3%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GS건설 사옥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은 최첨단 빌딩 에너지 관리시스템(BEMS)을 갖췄다. 에너지 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소비량을 줄이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BEMS 설치로 기존 대비 약 15%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강서구 마곡은 친환경 사옥의 ‘격전지’다. LG사이언스파크,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도레이첨단소재 연구개발(R&D)센터 등이 ‘최고의 ESG 사옥’ 타이틀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20개 연구동 중 18개 동의 옥상과 산책로에 태양광 모듈 8300여 개를 설치했다. 400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4㎿ 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갖췄다. 심야에 전기를 저장해 두고 전력소모가 집중되는 피크타임에 꺼내 쓰는 방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아끼고 있다.

코오롱 원앤온리타워는 친환경 건축용 소재로 유명하다. 코오롱 인더스트리가 개발한 강화섬유플라스틱으로 만든 차양 시스템이 태양 복사열 유입을 최소화해준다. 태양광과 지열 발전설비도 갖췄다. 건물 내 공용공간에선 모든 필요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넷 제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ESG 빌딩이 몸값도 비싸
경제단체가 소유한 건물 중엔 2013년 신축된 여의도 전경련회관이 눈에 띈다. 빌딩 옥상과 외벽에 BIPV를 설치, 전체 필요 전력의 4~7%를 충당한다. 창문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도록 30도가량 위를 향하고 있다. 이 건물은 환경부 지정기관인 크레비즈 인증원으로부터 최우수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았다.

주요 대기업이 ‘ESG 사옥’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ESG 평가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 ESG 평가기관들은 친환경 사옥이나 설비를 갖춘 기업에 가점을 주고 있다. 에너지 소비량, 탄소 배출량, 용수 사용량 등을 매년 점검해 저감량이 큰 기업에 높은 점수를 준다.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 사옥은 주요 거래처와 소비자를 만나는 접점”이라며 “사옥이 조금만 바뀌어도 기업 이미지가 확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보탬이 된다. 최근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선 친환경 빌딩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지스자산운용과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은 충무로 남산스퀘어(옛 극동빌딩)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09년 이 건물을 인수한 국민연금이 ESG 콘셉트로 남산스퀘어를 리모델링해 18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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