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 이재민을 돕기 위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성금인 '의연금'의 관리방안을 놓고 정부와 관련단체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의원시절 만든 재해구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상정되면서부터다.
개정안에는 의연금을 나눠주고 관리할 때 정부가 개입·감독할 수 있는 각종 장치가 담겼다. 국민성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연금 모금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구호협회)는 "민간이 모금한 성금을 정부가 통제하려는 과잉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포털에 공시된 의연금은 행안부가 허가한 의연금 모집기관 세 곳 중 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두 곳이 모금한 성금이다. 허가기관 중 나머지 한 곳인 대한적십자사는 최근 몇 년간 모집내역을 공시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한정애 대표발의) 의원들은 이 같이 모인 의연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재해구호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달 국회 행안위에 상정했다. 규제대상은 행안부 소관인 구호협회에 맞춰져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는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배분위원회는 구호협회 이사회로만 구성돼 있어 다른 성금 모집기관이나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할 수 없다"며 "이번 개정안은 의연금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호협회는 "민간에서 모은 성금을 정부가 입맛대로 쓰기 위한 포석"이라며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애초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인사를 배분위원회에서 배제한 것은 국민 성금이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지역에 투입되지 않도록 막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구호협회 관계자는 "의연금 뿐 아니라 기부금과 관련된 법 어디에도 공무원이 직·간접적으로 배분에 개입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서는 배분위원회 위원을 20명 이내로 구성하며 구호협회 지명 이사, 여타 모집기관 대표, 행안부 장관 지명 이사가 각각 과반이 넘지 않도록 했다. 행안부가 현재 허가한 모집기관은 총 3곳으로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행안부 장관이 배분위원회 위원 20명 중 최소 8명을 지명하게 되는 구조다.
쓰고 남은 의연금을 일정 규모 이상 다음 해로 넘기지 못하게 막은 조항도 논란이다. 개정안에는 의연금의 3분의 1 이상을 이월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성금을 쌓아두지 말고 소진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모집하는 성금 규모가 매년 편차가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이월 여부를 제한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구호협회 관계자는 "매년 어떤 자연 재해가 어디서 일어날 지, 국민들이 얼마나 성금을 내줄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연금 예산안 사전승인이나 일정금액 이월 금지와 같은 규제는 구호 현장을 전혀 이해못한 탁상행정"이라고 토로했다.
법률 검토를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개정안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성희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배분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행안부 장관이 전문가를 지명하도록 하는 것은 배분의 공정성 논란 등의 측면을 고려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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