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화성 가는 길

입력 2021-06-06 17:10   수정 2021-06-07 00:50

지난달 27일 우리나라가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에 10번째로 가입했다. 이름이 가리키듯, 미국이 주도하는 이 약정의 당면 목표는 달 탐사다. 미국은 2024년까지 다시 사람을 달에 보내려 한다.

이 약정에서 화성은 원래 장기적 목표였는데, 미국과 중국이 화성 탐사에서 경쟁하면서 일정이 당겨졌다. 2020년 7월부터 9월까지 화성 가는 창이 열리자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및 중국이 탐사선을 보냈다. UAE 탐사선은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미국은 탐사차(rover)를 보내 희박한 화성 대기 속에서 헬리콥터를 날림으로써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어 중국 탐사차가 착륙에 성공해 탐사 활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화성 탐사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이런 상황은 냉전 시기에 미국과 소련이 외계에서 경쟁했던 상황의 재판이다. 1957년 소련은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진입시켰다. 외계 진출에서 미국이 앞섰다고 믿었던 미국 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항공우주국(NASA)을 설치하고 추격에 나섰다. 그러나 아이젠하워도, 후임인 존 케네디도 외계 사업은 내재적 가치가 없다고 여겨서 외계 탐사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1961년 소련은 유리 가가린이 조종하는 보스토크 1호를 발사했다. 그리고 이 업적을 선전에 한껏 이용했다. 미국 시민들이 이런 상황을 굴욕으로 받아들이자 케네디는 “외계 업적에서 명확히 앞선 역할”을 미국이 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달에 사람을 보내는 사업을 추진했다. 8년 뒤 아폴로 11호 임무단이 달에 닿으면서 비로소 미국은 소련을 추월했다. 그러나 냉전에서 이기자 미국 사회는 외계 탐사에 시들해졌다. NASA 예산이 연방 예산에서 차지하는 몫은 1965년 4.31%에서 2005년 0.63%로 줄어들었다.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에 들어가면서, 두 나라가 화성 탐사에 자원을 많이 들이게 됐다. 두 나라는 먼저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내려고 애쓸 것이다. 외계 탐험이나 기지 건설은 경제적으로는 가치가 없어서 적자를 보는 사업이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상당한 가치가 있고 정치적 가치는 더욱 크다. 중국 조종사가 역사상 처음으로 화성에 발을 딛는 모습을 떠올리면, 그런 사정이 선명해진다.

그래도 이번 경쟁엔 저번과 다른 점이 하나 있으니 미국의 사업엔 기업들이 많이 참여한다. NASA는 표준만을 정하고 민간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 정착했다. 이미 폴 앨런,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같은 모험적 사업가들이 외계 산업에 진출해 성과를 거뒀다. 특히 머스크는 발사체 재사용으로 원가를 크게 낮춰 외계 산업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 적응하려면,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게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앞선 기업들과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외계 진출은 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천 기술이 없고 경제력도 약한 나라가 선진국이 하는 방식을 뒤쫓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외계 진출은 힘들다. 화성까지는 9개월이 걸리는데, 무중력 상태에선 몸이 많이 상한다. 체액의 재배치로 뇌와 눈이 큰 영향을 받고 뼈가 녹는다. 지구 자장에서 벗어나면, 치명적인 우주선(cosmic ray)을 많이 받는다. 훈련된 조종사들이나 가까스로 견딜 수 있는 여행이다. 일반인들이 화성에 정착하려고 우주선을 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화성 이주는 경제적으로 얻을 것이 없다. 일방적으로 투자해서 새로운 지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외계 진출의 본질이다. 자연히, 시장은 크지 않고 예측 가능한 미래에 크게 커질 가능성도 없다. 그런 사정을 냉철하게 인식하고서 외계 산업에 진출해야 한다.

외계가 ‘마지막 변경’이라 불린다는 사실이 뜻하듯 인류는 외계로 진출할 것이다. 당연히 우리도 그 대열에 참가해야 한다. 로켓에 의한 외계 탐사를 처음 주창한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말대로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지만, 사람이 영원히 요람에서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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