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苦' 짓눌려…중소 제조업체 '질식'

입력 2021-06-06 17:32   수정 2021-06-07 14:41

유압실린더 제조업체 D사는 지난달 매출이 평소의 절반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환봉 등에 쓰이는 철광석류 원자재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 가동률이 50% 밑으로 주저앉은 탓이다. 이 회사 사장은 “돈줄이 막혔는데 수억원에 달하는 대출 원금 상환일까지 도래해 몹시 난감한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벤처 열풍과 더불어 반도체, 자동차 수출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중소 제조업계가 고립무원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회복세의 온기가 퍼지기도 전에 원자재 가격 및 해상 운임 급등, 인력난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철광석 원유 목재 등 연초부터 본격화된 원자재 가격 랠리는 중소 제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치솟는 해상 운임도 중소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제품 가격에 비용 상승분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는 상태다. 경기 화성의 한 금형업체 사장은 “생산원가의 65%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작년 대비 30% 올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인력난을 해결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중소 제조업(300인 미만) 취업자는 351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7% 줄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제조업 취업자가 8.4%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시화 남동 등 주요 국가산업단지의 가동률은 여전히 적정 가동률(80%)을 밑도는 70%대 초반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4월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잔액은 836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2% 증가하며 16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숙련공들이 많아 다른 기업과 달리 쉽게 인력을 감축하지 않고, 고용안전판 역할을 해왔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한국 제조업의 회복 탄력성이 낮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지만 대기업과 일부 1차 협력사만 호황일 뿐 2~3차 협력사는 힘겨운 상태”라며 “코로나19 여파가 가시지 않은 데다 원자재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에 노동 규제까지 겹쳐 중소 제조업의 체력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경진/안대규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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