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나눠줄 때인가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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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07 08:38   수정 2021-06-07 08:46

지금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나눠줄 때인가 [여기는 논설실]

집권 여당과 정부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 또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에 똑같이 나눠 주자는 입장이고, 정부는 피해계층 위주로 선별지원하자는 주장입니다. 이전 재난지원금 논의때마다 반복돼 온 이슈입니다.그러나 이번엔 좀 경우가 다릅니다.

◆송영길 “전국민 재난지원금” vs 홍남기 “선별 지원”

우선 양측 대표선수가 바뀌었습니다. 지난달 초 취임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과 당 이름만 빼고 다 바꾸자”는 구호로 당권을 거머쥐었습니다. 5선 의원에 인천광역시장을 역임한 그는 ‘당 중심 국정운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내 일부 반발을 무릎쓰고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인 부동산 정책의 전면적인 방향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국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식 사과도 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는 등 민심 동향에 신경쓰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기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12월 취임 후 2년 6개월째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입니다. 그는 ‘선굵고 원칙있는’ 스타일보다는 야전침대를 놓고 맡은 바 일에 몰두하는 성실한 관료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취임 후 재난지원금 지원방식이나 신용카드 공제 축소, 재정준칙 제정 등 여러 사항에서 당청과 다른 의견을 냈으나 번번히 뜻을 굽혀 ‘홍두사미’ ‘홍백기’등의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런 두 사람의 성향과 대선을 1년 앞둔 정치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미 결론은 난 거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방향으로 진행되기엔 변수도 적지 않습니다.

◆당·정, 초과세수 활용엔 공감
송 대표와 홍 부총리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편성에는 같은 의견입니다. 올해 초과세수를 활용한다는데도 대체적으로 공감합니다.그러나 추경에 어떤 내용을 집어 넣고,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큽니다.

송 대표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외에 코로나피해 소상공인 손실 소급보상, 보상제외 업종 지원안까지 ‘3종 세트’를 추경에 포함시키고 싶어합니다. 재원은 초과세수입니다. 올해 초과세수 예상액은 약 32조원입니다.당초 잡았던 세입예산(283조원)과 세수추계(312조원)의 차이입니다. 1분기에만 19조원의 세수가 더 들어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이 초과세수를 모두 쓴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계산이 맞지 않습니다. 지난해 전국민에 3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때 12조2000억원(지자체 예산 2조1000억원은 별도)이 들어갔습니다. 코로나 손실소급보상에는 적게는 20조원에서 99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됩니다. 두 가지만 해도 예산이 32조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민주당은 초과세수로 충당 안되는 부분은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메꾼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정된 재원…적자국채 또 발행?
정부는 32조원 초과세수 중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내려보내야 하는 지방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39%를 빼면 활용가능한 재원은 20조원 안팎입니다. 거기다 현 정부 들어 급증한 채무도 좀 갚아야 합니다. 지난해에만 연말에 세수가 부족해 12조2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해 썼습니다. 현 정부 들어 늘어난 국가 채무가 300조원을 넘고, 누적 채무가 1000조원에 육박합니다. 더구나 세수가 예상보다 더 들어온다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293조5000억원)보다 소폭 상승한 ‘평년’ 수준입니다. 들어오는 세수도 부동산·주식 거래 급증이나 반도체 호황, 이건희 회장 일가 상속세 분납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 많습니다. 다락같이 급증한 나라빚을 걱정하고 당장 내년 세수를 걱정해야 할 판에 잠깐 더 들어왔다가 바로 털어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그렇지만 손실 소급보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반대가 심합니다.민주당은 영업제한·집합금지 명령으로 피해를 입은 업종에 보상금을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이미 지난해와 올해 선별지원을 통해 피해보상이 충분히 이뤄졌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80%이상이 실제 피해액보다 더 지원을 받았다며 소급적용 보상법을 만들 경우 정부가 환급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강변합니다. 그래서 이번 추경 지원대상도 재난지원금 선별지원과 백신 공급·접종, 취약및 피해계층 지원 등으로 좁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대통령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장재정 기조 유지해야한다는데…
한가지 더 민감한 변수는 경기 상황입니다. 지난해엔 코로나 사태로 전국민이 고통받고, 특히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했습니다.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경기를 살리고 피해보상을 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4%대 성장이 가능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농산물을 중심으로 인플레 압력이 큰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에서 선제적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무분별한 재정확대는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정재정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민주당에서는 곧바로 수십조원이 드는 3종 세트를 들고 나옵니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도 집값이 오르는데도 집값이 안정됐다고 하고, 코로나가 창궐해 불안이 확산되는데도 코로나 방역에 이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엔 재정확대를 삼가고, 어느 때보다 물가 등 경기관리에 세심한 관심을 쏟아야 할 때 무조건 돈을 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홍 부총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에 반대하기에 앞서 대통령의 잘못된 경제상황 인식부터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보고와 직언에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수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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