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작권 부자·CEO…'라비'다움이 만든 9년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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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07 11:08   수정 2021-06-07 11:10

[인터뷰+] 저작권 부자·CEO…'라비'다움이 만든 9년의 결과물


2012년 그룹 빅스로 데뷔해 치열하게 활동해온 라비에게는 9년 전 지니고 있던 '아이돌'이라는 타이틀 외에 더 많은 '역할'들이 생겨났다. 198곡을 탄생시킨 아티스트이자 힙합 레이블 그루블린의 수장,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를 '1박 2일'의 멤버로 기억하기도 한다.

라비는 지난 3일 네 번째 미니앨범 '로지스(ROSES)'를 발표했다. 앨범은 지난해 2월 발매한 정규 1집 '엘도라도(EL DORADO)'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그간 주로 싱글을 선보여왔던 라비는 "앨범을 내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있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앨범을 많이 냈던 이유 중 하나가 공연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앨범을 내고 팬들이랑 재밌게 놀고 무대를 하는 게 행복이라서 더 재밌게 앨범을 만들어서 냈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그게 안 되지 않느냐. 앨범을 내도 직접적인 소통과 교감이 안 되고, 내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없다는 생각에 망설여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카디건(CARDIGAN)', '꽃밭(FLOWER GARDEN)'을 비롯해 '치즈(CHEESE)', '레드벨벳(RED VELVET)', '로지스', '어는점', '아이 돈트 디나이(I DON'T DENY)'까지 총 7곡이 수록됐다. (단, 앨범 발매 이후 수록곡 '레드벨벳'은 걸그룹 레드벨벳을 향한 성희롱성 가사가 쓰였다는 논란이 일며 음원을 삭제했다.)

라비는 이번 앨범에 대해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양한 소재와 각도로 접근해 표현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밝은 음악이다"고 소개하며 "소재나 메시지를 강렬하게 어필하기보다는 듣는 이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캐주얼한 문장으로 표현들을 구체화시켰던 것 같다. 단어나 표현을 고민하며 만들었다. 듣는 분들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셨으면 좋겠다"고 리스닝 포인트를 짚어줬다.

발매까지 망설임이 있는 앨범이었지만,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고 했다. 라비는 "사운드적으로나 앨범 전체적인 색깔이나 잘 다듬어졌다고 생각한다. 그간 여러 싱글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내 음악에 대한 틀을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로지스'를 시작으로 라비의 색깔이 전보다 더 선명해졌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타이틀곡 '카디건'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과 애정을 보였다. 라비는 "제일 만족도가 높은 곡을 타이틀로 선정했다. 사운드도 그렇고 분위기가 밝지만, 또 멜로디나 후렴이 아예 대중적인 느낌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경계에 있는 곡이다. 스스로 만족도가 있어서 타이틀곡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가 이번 앨범으로 남기고 싶은 인상은 확고했다.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키워드는 '감각적이다'라는 거예요. 듣다 보면 '이런 게 라비 음악이구나!' 느끼는 계기가 될 거로 생각해요."


이번에도 타이틀곡을 비롯해 7곡 모두 라비가 직접 만들었다. 그는 가요계 '저작권 부자'로 유명하다. 라비가 저작권을 등록한 곡은 무려 191곡. 방탄소년단 RM(172곡), 빅뱅 지드래곤(157곡)을 넘고 아이돌 중 저작권 등록 곡 수가 가장 많은 가수가 됐다. '로지스'에 담긴 7곡까지 포함하면 총 198곡에 달한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작업, 힘들진 않을까. 라비는 "난 그냥 (곡 쓰는걸) 좋아한다. 재미있다"고 즉답했다. 그는 "지금도 세, 네 달 안에 정규앨범을 내려고 한다. 그것도 11곡 정도 세팅되어 있는데 빼거나 더 늘어날 걸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곡을 만드는 게 재밌고, 또 그걸로 무대에 서는 게 좋다. 그래서 계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홀로 음악을 하는 과정이 과거 힘들었던 자신의 내면까지 치유해 주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일상처럼 음악을 즐기면서 하고 있지만 어떤 종류의 스트레스나 불안감은 해소가 안 되더라. 공황장애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내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면서 2019년 힙합 레이블 그루블린을 설립했던 것을 떠올렸다. 현재 그루블린에는 나플라, 콜드베이, 시도가 소속돼 있다. 라비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섞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고, 소속 아티스트나 직원들과 패밀리십이 생겼다. 그런 게 고마운 역할을 해준 것 같다. 혼자 음악을 만들 때보다 더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나의 힘든 점을 굳이 말로 내뱉지 않고 살만 붙이고 있어도 자연스레 해소되는 게 있더라"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표로서 느끼는 책임감은 당연했다. 라비는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더라. 내 것만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또 다른 아티스트들의 프로젝트도 있으니 더 그렇더라. 고민하면 끝도 없이 생각이 난다. 그럼 바로 핸드폰 들어서 스태프들이랑 이야기한다. 뭔가 생각이 스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당초 구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회사가 운영되고 있는지 묻자 라비는 "생각한 것보다는 잘 왔다"고 확신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로) 기대한 것보다는 갑자기 설 자리가 많이 사라진 게 아쉽다. 이것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일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루블린 아티스트들은 기본적으로 다 음악을 잘한다. 아직은 네 명의 아티스트가 완성한 집단이라기보다는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아티스트로, 대표로 쉼 없이 달려온 라비에게 이번에는 휴식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1박 2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라비는 2019년 KBS2 '1박 2일' 시즌 4에 합류해 현재까지 멤버들과 각별한 '케미'를 선보이며 예능인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박 2일'을 갔다 오면 여행이 더 가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어진다"고 말문을 연 라비는 "가족 같은 제작진들을 만나고, 형들과 노는 게 어느 정도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안 가볼 곳도 가고, 안 해볼 것도 해보니까 몸은 힘들지만 (심적으로) 충전되는 느낌이다. 혼자 살았다면 항상 똑같은 걸 하며 지냈을 텐데 새로운 걸 해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취미로는 '차박(차에서 캠핑)'을 꼽기도 했다. 라비는 "장비를 열심히 사서 차박을 몇 번 해봤다"라면서 "힐링 되는 구석이 있더라. 그냥 조용히 자연 속에 있는 게 평온한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최근 라비는 데뷔 9주년을 맞았다. 그룹 빅스로 시작해 솔로 아티스트로, 또 레이블의 수장으로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던 라비. 데뷔 9주년, 햇수로는 10년 차가 된 감회도 남달랐을 터. 그는 "지나간 시간이 와닿지 않다가 기념일이 되면 그제야 생각하게 된다. 지난 시간을 한 번씩 돌아보고 감사함을 느끼고, 주변을 더 돌아보게 되고, 옆에 누가 남아있는지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라비는 30대가 되어서도 '직진'하겠다고 다짐했다. 6월 입대설이 나왔던 그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일단 활동을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서른을 맞는 대단한 자세는 없고, 올해가 가기 전에 정규를 꼭 내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내가 벌여놓은 일들에 대해 더 성과를 내고 싶다는 것과 다른 아티스트들이 빨리 잘 됐으면 좋겠다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어디선가 20대 후반부터 점점 잘 될 거라 그랬다. 맘 편히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라비 앨범이 '로지스'부터 확실히 달라졌고, 또렷하고, 어떤 음악을 하는지 선명해졌다고 느끼셨으면 해요. 타이틀곡이 많이 노출돼서 '그 노래 알아'라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라비의 노래를 실제로 즐겨 들을 수 있는 탄탄한 마니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게 제 실질적인 목표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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