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1위' 위협하는 오뚜기, 빚 늘었어도 걱정 없는 이유 [김은정의 기업워치]

입력 2021-06-08 13:51   수정 2021-06-08 14:05

'갓뚜기'(God+오뚜기)라 불릴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오뚜기의 총차입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사업 확장에 따른 설비투자가 늘면서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서 벗어났다. 과거에 비해 재무부담이 큰 폭으로 불어났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오뚜기의 신용도 전망 좋게 보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오뚜기의 총차입금은 5477억원이다. 지난해 말 3969억원에서 1508억원(38%)이 불었다. 오뚜기의 총차입금은 2017년 말만 해도 1200억원에 그쳤지만 2018년 말 2711억원, 2019년 말 2897억원으로 계속 증가세다. 오뚜기는 2018년까지는 실질적으로 무차입 구조를 유지해왔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을 보면 2018년 말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1669억원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플러스(+)로 돌아서 올 3월 말 기준으로는 순차입금이 1303억원에 달하고 있다.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부족자금을 외부에서 차입 조달하면서 재무부담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유지사업 확장에 따른 재고자산 증가와 매입채무 선결제 등의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뚜기의 단기 신용등급은 최고 수준인 A1이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오뚜기의 단기 신용등급이 초우량하다고 보고 있다.

오뚜기는 1969년 설립돼 카레 등 건조식품류, 케첩 등 양념소스류, 라면 등 면류, 농수산가공식품, 냉장·냉동식품을 제조하는 종합식품 업체다. 오뚜기 계열의 핵심 업체다. 오뚜기의 카레와 3분 즉석식품, 마요네즈 등 양념소스류는 시장 지위가 탄탄하고 인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매출 비중을 보면, 면제품 27%, 건조식품 14%, 양념소스 14%, 유지류 13%, 농수산가공품 13%, 기타 19% 등이다. 올 1분기로 보면 국내 매출 비중이 전체의 90% 정도다. 국내 식품 산업이 성숙기에 달했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긴 하지만 간편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오뚜기의 매출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뚜기는 2013년 이후 곡물가격 하향 안정화와 매출 증가에 따른 효율성 제고 덕분에 영업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2015년 이후 7% 안팎의 매출 대비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두·소맥 등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원가 상승분의 일정 수준을 제품 가격에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

오뚜기는 운전자금 부담도 별로 크지 않다. 2019~2020년 연구소 신축과 공장 증설, 설비투자로 자체 현금창출능력을 웃도는 투자 부담이 있긴 했지만 올 들어 경상 수준의 투자 규모를 회복했다. 이렇다 보니 올 1분기 오뚜기의 잉여현금흐름은 24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엔 873억원 적자였고, 지난해 역시 254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 지난해 오뚜기의 연결 기준 매출은 2조59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업소용, 선물류 제품이 감소했지만 내식 수요 증가로 봉지면류, 오뚜기밥류 등 가정용 중심의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총차입금이 늘어도 본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이 충분하다 보니 오뚜기의 재무안정성은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올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75.2%, 차입금 의존도는 21.6%,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1.7배로 재무안정성이 매우 좋다"며 "대규모 투자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차입금이 증가했지만 안정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현금창출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오뚜기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오뚜기는 2017년부터 관계기업의 자회사 편입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개인주주 등으로부터 관계기업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08일(13: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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