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금 일자리 의존, 정부의 뒤늦은 반성

입력 2021-06-08 17:23   수정 2021-06-09 00:34

일자리 문제에 있어 이번 정부는 절박했다. 스스로를 ‘일자리 정부’라고 자처했지만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반(反)시장 정책으로 고용 상황은 출범 초부터 악화일로를 걸었다. 매년 20만~30만 명씩 늘어나던 취업자 증가 폭이 최저임금 급등 첫해인 2018년엔 9만7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미 불타고 있던 집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로선 뭐라도 해야 했다. 쉬우면서도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직접일자리’를 늘리는 것이었다. 직접일자리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단기일자리다. 직접일자리의 80%는 휴지줍기, 교통안내 등 역할을 하는 65세 이상 노인일자리다. 한 달 보수는 27만원 안팎.

안정적이고 번듯한 일자리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 취약계층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정부는 직접일자리를 대폭 늘렸다. 직접일자리 고용 인원은 2018년 81만4000명에서 지난해 97만 명까지 증가했다. 관련 예산 역시 같은 기간 2조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일자리는 같은 기간 22만1000명 증가해 지난해 77만5000명에 달했다.

직접일자리, 그중에서도 노인일자리의 대대적 확대는 지표 개선엔 효과적이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모든 연령대의 고용이 악화된 가운데 60대 이상의 고용률만 올랐다.

하지만 직접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직접일자리 참여자의 고용 유지율이 지난해 37.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직접일자리 참여자 중 민간일자리를 얻어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한 사람이 10명 중 4명도 안 된다는 의미다. ‘급조’해 만들어낸 직접일자리 경력이 민간 기업으로선 눈에 찼을 리 없다.

고용노동부는 8일 반성문 성격의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숫자 늘리기에 급급했던 직접일자리 사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직접일자리 취업자가 민간일자리로 진입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되도록 제도적 개선을 꾀하겠다는 내용이다. 말 많던 노인일자리에 대해선 “신규 직무를 발굴하고 지역과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관리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휴지 줍는 노인일자리를 대거 만들어놓고 “고용지표가 개선됐다”고 자랑하던 얼마 전까지의 정부 모습에 비해선 맞는 방향의 반성이다. 하지만 매년 2조원의 예산이 이미 수년간 직접일자리에 투입됐기에 반성이 제때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의 직접일자리가 ‘악화된 고용을 숨기기 위한 통계분식 수단’이라는 오명을 벗고 양질의 민간일자리로 이어질 마중물 역할을 정말 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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