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법 중시한 새 징용 판결…정부는 한·일관계 '결자해지'해야

입력 2021-06-08 18:41   수정 2021-06-09 07:18

서울중앙지법이 그제 징용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려 파장이 크다.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일본 기업 배상 판결을 1심 재판부가 3년 만에 뒤집는 전례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재판부가 각하 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불법 식민지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과 달리, ‘청구권이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협정 조문에 따라 소송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빈 협약 제27조(조약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선 안 된다)와 ‘금반언의 원칙(앞선 언동과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등 국제법상 통용되는 보편적 논리도 중시했다. 상식적이고 타당한 판결이란 평가가 나온다.

징용 배상 문제는 2심, 대법원까지 또 긴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 악화를 가져온 징용·위안부 문제를 사법부 에만 맡겨 놓을 순 없다. 진작부터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를 방기하고 사법 영역으로 옮겨가게 한 데는 일본 책임도 크지만, 우리 정부도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전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적폐, 사법농단으로 몰아 국제 신뢰에 큰 흠이 가게 했다. 여권이 토착왜구, 죽창가 등 선동적 구호로 ‘반일 몰이’에 나선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반일 장사’ ‘반일 종족주의’라는 말까지 나왔겠나.

양국은 계속 과거사에 갇혀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새 국제질서 구축을 밝힌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삼각협력 복원을 위한 한·일 관계 개선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북한 핵과 중국 패권주의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두 나라는 힘을 모아야 한다. 때마침 양국 정상이 이번 주말 영국 런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들어 관계 개선 의지를 수차례 밝힌 만큼, 일본 총리도 적극 호응해 관계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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