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은 우리나라에 3년 만에 찾아온 개기월식이 있는 날이었다. 전국에서 많은 관측 준비가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구름이 잔뜩 껴 버렸다. 이번 개기월식은 국내에서는 저녁 8시10분께 시작됐는데, 이때 고도가 우리나라에서 볼 때 5도 이하에 불과해 관측이 아주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개기월식을 많이 관측해 본 필자 또한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뜨는 순간, 수평선과 바로 위 구름의 갈라진 틈으로 보일지 기대해 봤지만, 전혀 안 보였다. 지는 해도 안 보였으니 가능성이 희박하긴 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니 구름 뒤에서 달빛이 조금씩 나타났지만, 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다음 날 저녁, 같은 시간이 되니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날씨는 별 보는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이다.개기월식은 햇빛에 의해 생기는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달이 들어가는 현상이다. 그래서 태양의 반대편에 놓여야 하므로 보름달일 때 발생한다. 반대로 개기일식은 달이 해를 가려야 하므로 그믐에 발생한다. 지구 그림자 속에 달이 들어가더라도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 햇빛이 산란을 일으켜서 달 표면에 닿기 때문에 완전히 검어지지는 않는다. 지구 대기를 통과한 빛 중에서 파장이 짧은 파란색은 많이 흩어지고, 파장이 긴 붉은색은 덜 흩어져서 붉은색이 달 표면에 훨씬 많이 닿게 돼 개기월식의 달은 붉게 보인다. 보현산천문대에서 보면, 보통의 보름달도 뜨는 순간은 무척 붉게 보인다. 하지만 개기월식의 달은 붉은 색조가 훨씬 오묘한 게, 무척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아쉽지만 3년 전, 2018년 1월과 7월의 개기월식 기억과 내년에 또 찾아올 개기월식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내년엔 11월 8일에 예정돼 있어 날씨가 좋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천문대의 낙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천문대가 산 정상 부근에 있기 때문에 낙뢰가 발생하면 아주 심하게 당한다. 오래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근처에 있는 키트피크 미 국립천문대 위로 엄청나게 많이 떨어지는 멋진 번개 사진에 감동해 포스터 사진을 연구실에 붙여두기도 했었는데, 막상 우리가 1m 망원경을 투산시를 사이에 두고 미 국립천문대 반대편에 있는 백두산 높이쯤 되는 레몬산에 설치하고 나니 낙뢰는 우리 문제가 됐다. 그래서 해마다 여름 두 달은 외부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 당연히 관측도 포기한다.
계절적으로 낙뢰 예보를 꼭 살펴야 하는, 비 오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비 오는 날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보현산천문대의 연구실 창밖에서 지붕을 타고 흘러내린 빗물이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무척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보는 천문대의 멋진 번개 풍경은 감동보다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걱정거리일 뿐이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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