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공공구매의 국민경제 효과 높여야

입력 2021-06-09 18:11   수정 2021-06-10 00:04

조달제도가 치밀한 미국은 1930년대에 자국 제품 구매를 법제화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조달협정, 자유무역협정(FTA) 적용 시는 예외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의 입찰가격을 경쟁 미국 기업이 대기업이면 20%, 소기업이면 30% 높여 심사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6%, 12%에서 대폭 올렸다. 국방조달은 외국 기업의 가격을 50% 상향한다. 미국산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미국산 원료가 55% 이상일 때만 인정한다. 철강은 최근 95%로 이 비율이 높아졌다. 군용 섬유·식품·금속은 전적으로 미국산 원료만 허용한다.

1970년대 미국은 소기업 제품 구매할당제를 도입했다. 현재 23%인데 멘토(대)기업 연계, 여성·상이군인 기업 할당 등이 포함된다. 2019년 미국 정부조달(5862억달러)에서 소기업 제품 비중은 26.5%였다. 적격 제조 소기업이 되려면 미국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부가가치·기술력 등에 따라 적격 여부가 결정되며, 하도급은 재료비 제외 금액의 50% 이내만 가능하다.

한국도 중소기업 제품 구매할당제(50%)가 있고 지정 품목(현재 212개)은 중소기업 입찰만 허용한다. 여성·장애인 기업 할당 등 유사 제도도 시행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공공구매 145조8000억원 중 중소기업 제품이 80%였다. 성과가 커 보이나 국민 경제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첫째, 국방·중소기업 할당 등 미개방 조달의 국산 구매제도가 미흡하다. 예산 편성 시 국산 구매를 고려하지 않아 가격이 낮으면 군복 원단도 수입품을 구매한다. 이는 안보 면에서도 문제지만 방직 등 구매 제품 이전 단계의 국내 산업 약화를 초래한다. 매년 섬유제품 조달 예산이 1조원 이상인데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 업계의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계약법, 조달사업법 등에 국산 구매 원칙과 예산, 절차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조달물품의 국산 인정 기준이 미비하다. 조달청·중소벤처기업부·국방부의 품목별 기준은 공장과 설비, 인력 등은 확인하나 국산 원료 비중, 국내 부가가치와는 관련이 없다. 일례로 컴퓨터는 수입 부품 조립, 검사 같은 저부가가치 공정만 해도 인정한다. 드론 등 중기 간 경쟁 제품에 중국산 부품만 가득하다는 비판이 많은 이유다. 캐나다도 미개방 조달은 국산 구매가 원칙이다. 그런데 캐나다산 인정 기준은 미국, 멕시코와 체결한 FTA 원산지 규정과 같고, 역내국을 캐나다로만 바꿔 적용한다. 통상·원산지 소관 산업부와 함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이 판매하면 대기업 제품, 수입품도 중소기업 실적이 된다. 중소기업 수호천사를 자청한 장관의 관사용 물품을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대기업 제품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 규정은 아직 그대로다. 중소기업이 국산 기준에 맞춰 생산한 제품만 인정해야 한다. 미국 멘토제도를 참고로 최근 도입한 공공조달 상생협력제도는 낙찰받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소재·부품 자립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유인책이 마땅치 않다. 조달제도 개선이 상생협력제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미국 우선 조달정책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더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담부서 설치, 미국산 구매 불가 품목 점검 및 공급 가능 기업 발굴, 외국 제품 가격 우위와 보조금 관련성 조사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국민 경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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