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은 기본적으로 본인(피보험자) 사망 시 유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보장성 보험이다. 특별약관(특약)을 통해 일부 의료비를 보장하기도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이가 다른 상품과 비교해 굳이 종신보험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저축 목적이라면 더더욱 적합하지 않다. 종신보험은 저축성 보험과 비교해 ‘사망’ 등을 보장하기 위한 위험보험료와 모집인 수수료 등의 사업비를 보험료에서 더 많이 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마치 목돈 마련이나 재테크에 유용한 상품인 양 설명하면서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불완전 판매를 당했다고 접수된 보험 민원(4695건) 가운데 종신보험 관련이 69.3%(3255건)로 10건 중 7건에 달했다. 이 중 10~20대 비중이 36.9%(1201건)로 가장 높았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젊은이는 재테크에 관심이 높지만 정작 금융지식은 충분치 못한 게 보통이다. 그렇다 보니 장점만 강조하는 가입 권유에 설득당하기 쉽다.
물론 소비자 스스로 자신이 가입하려는 상품이 뭔지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가입 시 상품약관을 읽고 일일이 서명하게 돼 있어, 설령 문제가 생겨도 법적 책임은 대부분 소비자에게 귀속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판매 행태도 부도덕하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 10대에게까지 종신보험을 저축상품인 듯 판매하는 것부터 그렇다. 각종 부실펀드 판매 사태도 한편으론 수수료 수입에만 골몰한 금융회사의 영업 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실제 금융회사 창구에 가보면 직원조차 판매하는 상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객을 응대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이 모든 것이 금융산업의 근간인 신뢰를 갉아먹는 일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대를 맞아 금융회사도 스스로 반성하고 소비자를 우선하는 관행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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