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가수 장범준은 향기 하나로 옛사랑을 추억한다. 누군가에게 특별하고 기분 좋은 향기로 기억되는 것은 모두의 ‘로망’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를 떠올리게 할 향기를 만들 수 있을까. 거리 곳곳에 ‘향수 공방’의 문을 두드리는 이가 늘고 있다. 이들은 말한다. “나만의 향을 갖고 싶어요.”
DIY로 제조할 수 있는 향 제품의 종류는 다양하다. 향수, 디퓨저(액상 방향제), 젤캔들, 석고방향제, 차량용 방향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2만5000~3만원을 내면 한두 시간 수업을 들으며 향기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김영미 루나밍 대표는 “향은 그 사람의 인상과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며 “원하는 향을 만들고 이용하면서 개성을 드러내려는 수요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향 전문가가 아닌데 괜찮을까’하고 망설이다 작업대에 앉았다. 투명한 젤 왁스를 사용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쓸모있는 젤캔들부터 제작했다. 7온스짜리 용기 중앙에 심지를 고정하고, 손톱보다 작은 디자인 재료로 용기 안을 꾸몄다.
파란색 모래와 하얀색 모래를 켜켜이 쌓아 바다를 만들고 불가사리, 조개껍데기 등을 얹었다. 향수 원액(에센셜 오일) 70여 종의 향을 맡아보다 맑고 깨끗한 대나무 향인 ‘뱀부’를 골랐다.
향수 원액은 대부분의 향기 제품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다. 통상 허브나 식물로부터 추출한 휘발성 높은 방향성 오일이다. 어떤 원액을 고르고 얼마나 첨가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뜨겁게 녹인 젤 왁스를 향수 원액과 섞어 용기에 부어 젤캔들을 완성했다. 약 한 시간에 걸쳐 만든, 하나뿐인 향 제품. 짜릿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때 저울을 이용해 비율을 향수 원액 20%, 디퓨저 베이스 80%로 맞추는 게 중요하다. 식물 줄기의 물관처럼 디퓨저 용기에 있는 향을 위로 끌어당길 ‘디퓨저 스틱’ 디자인을 고르면 완성된다. 디퓨저는 7일 정도 숙성기간이 지난 뒤 스틱을 꽂아 사용하면 된다.
김 대표는 “내 손으로 만든 향으로 특별한 일상을 보내는 게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디퓨저를 만드는 ‘향 DIY 마니아’도 있다. “여름엔 청량하면서도 산뜻한 아쿠아 향을 중심으로 향 제품을 제작하는 게 인기”라고 한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이곳 특유의 고급스러운 향을 집에서도 즐기려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5월 이 디퓨저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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