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터진 후진국형 人災…'안전한 대한민국' 이토록 요원한가

입력 2021-06-10 17:10   수정 2021-06-12 07:06

참담한 사고로 무고한 시민이 또 희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그제 광주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무엇이 시민의 소중한 일상을 한순간에 앗아갔는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가 이다지도 요원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 경위를 보면 안전 불감증이 빚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人災)’라는 것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과거 대형 사고 때마다 숱하게 지적된 취약한 안전의식, 허술한 관리 등이 판박이처럼 되풀이됐다. 굴착기가 위에서부터 철거해 내려올 경우 하중을 지탱할 장치를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건물 바로 앞 승강장을 철거 중 임시 이전이라도하는 최소한의 대비도 없었다. 안전 관리와 부실 시공 예방을 위한 필수 인력인 감리자는 아예 현장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없이 “재난에 상시 대응 가능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7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2019년 광주광역시 클럽 구조물 붕괴, 지난해 경기 이천·용인·평택 물류창고 잇단 화재 등 대형 참사만도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그때마다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처벌 및 안전 관리 강화, 재발 방지책 마련 등 요란을 떨었으나 참사는 되풀이됐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은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책임 소재 규명과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 대형 사고 때마다 비슷한 지시를 내렸건만 지난 4년간 왜 제대로 먹히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필요하면 책임자 처벌도 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법·제도 강화 등 거창한 대책과 엄중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은 그동안 봐온 그대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 의식 전환이다. 국민과 공무원, 업계 종사자의 안전의식과 관행이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지 못하면 안전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를 가중 처벌하는 ‘민식이법’이 사고를 ‘0’으로 만들기 어렵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를 뿌리 뽑지 못하는 것처럼 성숙한 안전의식이 전제되지 않고선 소용 없다. 사고가 터지면 그때뿐이 아니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적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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