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도를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던 여객기가 이륙 30분 만에 회항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원인은 동굴에서만 주로 서식하는 박쥐가 난데없이 비행기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1일 현재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는 3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퍼트린 진원으로 박쥐를 지목하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면서 페루 등에서는 박쥐를 몰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박쥐가 인류사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동물로 기록되고 있지만, 박쥐가 사용하고 있는 초음파의 발견은 아이러니하게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초음파는 매질의 진동에 의해 전달되는데 매질의 밀도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성질이 있다. 흔히, 공기 중에서 소리의 전달이 물에서의 전달보다 느린 이유도 공기가 물에 비해 밀도가 낮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런 물리량을 조금 더 유식하게 표현하면 각 물체에서 진동이 전달되는 저항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를 음향적 임피던스(acoustic impedance)라고 부른다. 음향적 임피던스는 물체마다 또는 몸속의 장기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음향적 임피던스가 다른 물체를 초음파가 통과하면, 여기서 반사가 일어나고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통해 각각의 다른 물체의 경계면을 알 수 있다. 특히, 초음파를 일정한 방향으로 발사한 후 각 경계면에서 반사파가 전달된 시간을 통해 그 경계면의 방향과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물체 내에서 사용하면 비파괴 검사를 할 수 있다. 다양한 건축물에서 결함을 검사하거나,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봉 등을 검사하는 데 사용한다. 이를 몸속을 보는 데 사용하면, 흔히 병원에서 태아를 보거나 심장, 간, 신장 등을 보는 초음파 영상 진단기기가 된다.
초음파 지문인식의 원리는 지문 굴곡에 의해 형성된 공기층에서 반사하는 초음파를 통해 감지되는 지문 이미지를 식별하는 윈리다. 즉, 초음파 영상 진단기기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초음파는 깊이 방향으로도 영상을 만들 수 있어, 기존 정전용량식 지문인식 기술로는 감지할 수 없었던 융선과 땀구멍을 인식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손가락에 물이나 기름 등 이물질이 묻어 있어도 인식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에 더해 디스플레이 패널 밑으로 센서를 넣을 수 있어 디스플레이 패널과 일체형으로 만드는 등 트렌디한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다.
초음파 지문인식에서부터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겨울이 되면 초음파 가습기로 건조함을 없애고 여름이면 초음파 모기퇴치기로 편안한 잠자리를 보낼 수 있는 등 초음파를 통해 인류가 받은 혜택은 헤아릴 수 없다. 물론 박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래로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음파 기술의 발견으로 약 100년 동안 인류에게 준 혜택을 무시하면서까지 박쥐를 미워할 필요가 있을까?
초음파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인 20㎑를 넘어가는 소리다. 일반적으로 초음파는 파동의 한 종류로 파동의 성질인 중첩, 반사, 굴절, 회절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횡파와 종파로 나누어질 수 있다. 초음파의 진행 속도는 각 매질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공기는 약 340m/s, 물에서는 약 1500m/s로 진행한다. 이런 매질의 음향적 임피던스 차이로 인해 각 물질 경계면에서 반사되는 신호를 감지해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구조물을 파괴하지 않고 내부 결함이나 엄마의 배 속 태아를 관찰할 수 있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