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정치인 서적들, '시간의 시련' 견뎌낼 수 있을까 [김동욱의 하이컬처]

입력 2021-06-12 06:04   수정 2021-06-12 06:59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습니다. 대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정가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출판계도 덩달아 분주해진 모습입니다. 유력 정치인들이 마치 봇물 터지듯, 잇따라 책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명망가들의 책도 연이어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권 주자 본인이 직접 쓰지 않았더라도, 그들을 분석하고, 찬양하고, 전망하는 책들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나온 지 적잖게 된 범 정치인 관련 서적들도 쇄와 판을 달리하며 독자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정치인 서적 '홍수'의 문을 연 것은 유력 대선주자들입니다. 자서전·회고록 등의 형식으로 잇따라 신간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자신의 정치 철학과 국정운영 비전을 담은 에세이집 '수상록'을 펴냈습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자서전 '이낙연의 약속'을 냈습니다.

자신이 직접 책을 낸 것은 아니지만 각각 여권과 야권의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조명한 책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관한 책으로는 '기본소득 전도사'로 자임하는 김세준 씨가 쓴 '이게 나라냐'와 백승대 씨의 '이재명, 한다면 한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쓴 '마이너리티 이재명' 등이 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 관련 서적으로는 천준 작가의 '별의 순간은 오는가'가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창영 씨가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한 '윤석열을 부르는 대한민국'을 발간한 바도 있습니다. 앞서 '윤석열의 시간', '구수한 윤석열', '윤석열의 진심', '윤석열의 운명'처럼 세간의 관심에 편승해 다양한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치인 관련 서적 중 최근 가장 많이 주목받는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입니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 지지층을 중심으로 구매가 이어지면서 출간 2주 만에 판매 부수가 20만 부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2년 전 출간한 '공정한 경쟁'도 새삼 판매가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주요 정치인 분석 서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THE 인물과 사상1'을 선보였습니다.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전 총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소통, 공감 그리고 연대'라는 총리 시절 경험을 담은 회고록을 냈고,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누구나 인생을 알지만, 누구도 인생을 모른다'라는 책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세칭 '조국 사태'를 촉발한 인물 중 한 명인 신평 변호사도 '공정사회를 향하여'라는 책에서 한국 사회와 정치의 각종 문제를 짚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이었던 강원국 씨의 '어른답게 말합니다'나 정치 논객 장신기씨의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 같은 책도 범 정치인 서적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양적으로 정치인 관련 서적들은 폭증했지만, 대다수 책들은 별다른 새로운 내용이나 깊이 있게 생각할 거리를 담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에 유리한 내용, 자화자찬식의 왜곡된 기억만 가득하고 자신에 불리한 사실들에는 입을 다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급하게 쓰여진 티가 나는 책도 적지 않습니다.

일부 책들은 주요 정치인들이 과연 책의 작성에 관여했을지, 확인 작업을 거쳤는지도 의문입니다. 한순간 반짝하고 그만둘 책이 대부분인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그런데도 정치인 관련 서적들은 매출 측면에선 출판사들이 무시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정치인 관련 서적의 구매가 진영논리에 따라 지지자들이 팬덤에 힘입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책 자체의 내용과 상관없이 어느 정도 판매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구매한 분들도 과연 얼마나 책을 펼쳐볼지 의문이지만, 정치인 책만의 특징을 고려할 때 이런 종류의 책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수많은 정치인 관련 책 중 과연 '시간의 시련'을 견디고 살아남는 책이 있을까"하는….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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