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터지면 수억 번대요"…유튜버 꿈꾸는 직장인들 [안혜원의 집에서 돈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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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12 07:30   수정 2021-06-12 16:54

"한 번 터지면 수억 번대요"…유튜버 꿈꾸는 직장인들 [안혜원의 집에서 돈벌기]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한수민씨(33·가명)는 8년차 직장인이자 1년차 유튜버입니다.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밤과 주말엔 유튜브 콘텐츠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수민 씨가 생산하는 유튜브 콘텐츠는 주로 요리, 인테리어, 다이어트, 실내 가드닝 등입니다. 처음엔 그저 취미생활을 영상으로 남겨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8개월 전 우연히 올린 요리 영상이 조회수 10만건을 올리면서 본격 유튜버를 희망하게 됐습니다. 최근까지 확보한 구독자는 3만명. 한달 수익은 40만~70만원가량 됩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수민 씨지만 이젠 유명 유튜버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수민 씨는 “구독자가 수십만명으로 늘어난다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직장인의 대표적인 2대 거짓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퇴사할 거다”, “유튜브 할 거다”입니다. 이 우스갯소리는 역설적이게도 직장인의 바램을 담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욱 커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유튜브 성공이라는 ’한방‘, ’대박‘으로 잠재우고 싶은 심리가 반영돼 있습니다.
"스타 유튜버 되고 싶어요"
이른바 유튜버 선망(羨望) 시대입니다. 지난해 7~10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초등학생 장래 희망은 운동선수·의사·교사에 이어 유튜버가 4위입니다. 유튜버는 초등학생의 꿈만은 아니다. 직장인들도 한번쯤 유튜버로 월급 이상의 수익을 꿈꾸곤 합니다.

국내 유튜브 사용 인구는 최근 43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1인당 월평균 시청시간도 30시간을 초과할 정도로 유튜브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구독자 10만명 이상을 확보한 국내 계정만 3000~4000개가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급속히 커진 유튜브 시장은 한방을 노릴 수 있는 고수익 창출 채널로 인식됩니다.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명 유튜버가 되면 연간 수익만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먹방, 요리, 음악, 뷰티, 교육, 게임 같은 특정 장르뿐 아니라 장난감 가지고 놀기, 공부하기 등 다양한 일상이 콘텐츠가 됩니다. 직장인들 중에서도 취미로 유튜브를 하다가 소득이 늘어나면서 아예 유튜버가 본업이 된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기업 관련 이슈 및 주식 이야기를 재미있는 이야기 풀 듯 설명하며 관심을 끈 ’슈카월드‘는 구독자가 155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를 그만 두고 경제 전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과 힘든 회사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인기를 끈 '이과장', 건설회사에 다니다가 취미를 살려 영화 유튜버가 된 '빨강도깨비' 등도 있습니다.
유튜버 상위 1%, 연 6억7100만원 벌었다
유튜브 세상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2019년 유튜버를 포함해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들이 신고한 2019년 한 해의 수입액이 총 875억원이 넘었습니다. 이중 상위 1% 고수입자 27명의 연간 수입은 181억2500만원으로 전체 수입액의 21%에 달합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수입은 연간 6억70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 해 국세청이 발표한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이 3700만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입니다. 단순히 먹고, 마시고, 리뷰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수입을 올리니 하루 8시간 꼬박 일하는 직장인의 삶보다 나아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유튜버는 구독자 1000명 이상, 연간 재생시간 4000시간 이상이면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조회 수, 중간 광고료 등에 따라 구글 싱가포르법인(구글아시아퍼시픽)에서 수익을 배분받습니다. 대략 조회 수 수익은 1000회당 1달러 수준, 광고수익은 1회 클릭당 20∼30원 정도를 챙길 수 있습니다. 광고노출이 어느 수준을 넘는 순간엔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수입도 기하급수로 올라가는 네트워크 효과도 작용합니다.

대략 구독자가 10만명 이상이 되면 수익도 훌쩍 뜁니다. 유튜브 분석 사이트 ‘녹스 인플루언서’에 따르면 구독자 13만명 가량 되는 국내 한 채널의 예상 수익은 279만~486만원가량 됩니다. 100억 뷰를 훌쩍 넘긴 누적 조회수가 고수익의 원천입니다.

구독자 149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하는 주언규 씨(37)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달에 3억원가량 수익을 올린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30대에 수십억원의 연봉을 올리는 고소득자가 된 것입니다. 경제방송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유튜버로 전향한 주 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홈쇼핑 등의 창업이나 각종 재테크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공개합니다. 직장인 시절 그의 월급은 169만8000원 수준이었습니다.
'억대 수입' 꿈꿨지만…'유튜브 낭인'도 속출
물론 유튜버라고 해서 무조건 쉽게 돈을 버는 법은 없습니다. 이 시장도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입니다. 모두가 억대 유튜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콘텐츠 질을 높이고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는 어렵습니다.


국세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하위 50%의 연수입액은 1인당 108만원(2019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유튜브에는 “조회 수가 늘지 않아 유튜브를 중단한다”는 영상이 다수 올라오고 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도 “유튜브 장비를 판매한다”며 방송용 마이크와 카메라 등을 파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옵니다. 기대와 달리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유튜브를 중단하고 장비를 내다파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초보 유튜버’인 직장인 박유진 씨(35)도 최근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을 접고 유튜브 촬영에 쓰던 마이크와 카메라, 삼각대를 모두 중고로 팔았습니다. 그는 실내 가드닝과 일상 ASMR 등의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6개월째 운영하고 있는데 구독자 수가 20여명에 불과합니다. 5분가량의 영상을 편집하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구독자를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박씨는 “유튜브 장비 비용만 날렸다”고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직장인들은 겸업 금지 조항에 유튜버의 꿈이 막히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로계약 조건에 ‘겸직을 허용치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올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겸업 금지 내규를 유지하는 기업과 겸업 유튜버를 지향하는 직원 사이에서 갈등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재테크 콘텐츠를 주로 생산하던 유튜버 '돌디(돌디와 재테크 스터디)'는 대기업에 다녔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로 전환했습니다. 그는 "회사가 유튜브 활동을 하는 걸 알고 여러 방법으로 못살게 굴었다"며 "유튜브 활동을 접고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려 했으나 이미 요주의 인물로 찍혀서 회사 생활이 지옥 같았다"고 밝혀 논란이 됐습니다. 슈카(슈카월드), 이과장, 나름TV 등도 유튜브 활동이 알려진 이후 회사 또는 상사와 마찰을 빚다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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