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를 닮았다…39세 '親비트코인' 엘살바도르 대통령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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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12 19:01   수정 2021-06-14 10:11

머스크를 닮았다…39세 '親비트코인' 엘살바도르 대통령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젊고 자신만만한 아웃사이더, 거꾸로 쓴 모자에 청바지 차림, SNS에 살면서 밈(meme)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 암호화폐의 힘을 믿는 남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말하는 것 같겠지만,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를 얘기하는 것이다.
─ 인디아투데이
비트코인(BTC) 투자자들에게 이 남자는 '구세주'였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하는 '파격 실험'에 나서면서 이번주 비트코인 가격을 10% 이상 끌어올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악재만 쏟아지던 암호화폐 시장에 단비 같은 호재였다.

부켈레는 1981년 7월 24일생, 만 39세의 젊은 정치인이다. 외신의 분석처럼,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한 데다 암호화폐를 열렬히 지지하고 SNS를 즐긴다는 점에서 머스크와 닮은 구석이 꽤 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도입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부켈레는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비트코인 축제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서 이런 구상을 깜짝 발표했다. 여당이 장악한 엘살바도르 의회는 8일 부켈레가 낸 비트코인 법정통화 승인안을 84표 중 62표,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머스크 잇는 비트코인 대부"
부켈레는 37세이던 2019년 엘살바도르 대선에서 이 나라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제3당인 우파 국민통합 대연맹(GANA) 소속으로 승리를 거머쥐며 30년 이어진 양당 체제를 깨부쉈다. 대선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아웃사이더'였지만 기성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유권자를 열광시켰다. 그는 "누구도 돈을 훔치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쓸 돈은 충분히 있다"며 기존의 부패 정치인들을 공격했다. 청바지, 가죽 재킷, 야구 모자 등을 즐겨 착용하는 자유분방한 옷차림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부켈레의 성장 배경은 사업가의 아들로 부유하게 자란 '금수저'에 가깝다. 아버지 도움으로 18세 때 홍보대행사를 차린 적이 있고, 호세시메온카나스중앙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중도 포기했다. 2012년 좌파 성향의 당시 집권당 파라분도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 소속으로 정치를 시작해 누에보쿠스카틀란이라는 소도시의 시장으로 당선됐다. 3년 뒤에는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에 올라 2018년까지 재직했는데, 2017년 당을 분열시켰다는 이유로 FMLN에서 제명됐다.

그는 정계 입문 초기부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산살바도르 시장 시절 운동장, 도서관, 공원, 광장, 박물관 등을 지었고 어두운 곳이 없도록 시내 조명을 재정비했다. 엘살바도르는 범죄조직이 활개치는 게 사회 문제다. 부켈레는 청년들에게 스케이트 보드, 브레이크 댄스, 그래피티 등을 적극 장려해 에너지를 건전하게 분출할 것을 유도하기도 했다.

부켈레는 젊은 층과의 소통에 SNS를 영리하게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그의 트위터(@nayibbukele) 프로필 사진은 '레이저 아이(laser eyes)'. 암호화폐에 대한 지지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정치적 반대세력을 비난할 때도 SNS를 이용한다.

인디아투데이는 "비트코인은 머스크와 같은 유명인사들의 지지로 인기를 얻었는데, 머스크가 환경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며 "부켈레가 비트코인의 새로운 대부(Godfather)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부켈레는 왜 비트코인에 꽂혔나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암호화폐 견제에 나선 가운데 엘살바도르는 왜 정반대 길을 택했을까. 이 나라의 특수한 상황부터 따져봐야 한다.

엘살바도르는 '콜론'이라는 법정화폐를 쓰다가 2001년부터 미국 달러화로 대체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95위로, 경제적으로 그다지 풍족한 나라가 못된다. 해외로 일하러 나간 근로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돈이 GDP의 22%를 차지한다. 금융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국민의 70%는 은행 계좌조차 없다.

엘살바도르는 가난과 치안 불안을 견디지 못해 미국 등으로 떠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Caravan)의 진원지 중 한 곳이다.

부켈레는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채택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식 경제 밖에 있는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의 1%만 엘살바도르에 투자된다고 해도 GDP가 25%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계산이다.

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액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는데, 이들이 해외 금융회사를 끼지 않고 암호화폐로 돈을 부치게 하면 시간과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거래기업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연구원은 "엘살바도르를 포함한 여러 중남미 국가들이 국제 송금에 상당한 수수료를 낸다"며 "암호화폐를 수용하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고 했다.

부켈레는 비트코인 채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1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국영 지열 전력회사에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설비 제공 계획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며 "매우 저렴하고 청정하며 100% 재생 가능하고 탄소배출 제로(0)인 화산 에너지를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켈레의 거친 생각, IMF의 불안한 눈빛
엘살바도르의 결정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탓에 부켈레의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성향의 부켈레는 최근 자신에게 반기를 든 검찰총장과 대법관을 축출했다.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논란을 일으켰고, 미국과의 관계도 나빠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켈레는 젊은 나이 덕분에 '밀레니얼 대통령'이란 별칭을 얻었지만 '밀레니얼 독재자'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트코인이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결제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엘살바도르는 '스트라이크'라는 블록체인업체와 제휴를 맺고 비트코인 관련 금융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비트코인과 달러의 교환비율은 시장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높은 변동성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의 조치에 우려를 표했다. 제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10일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채택에는 많은 거시경제·금융·법적 이슈가 있어 신중한 분석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IMF에서 3억8900만달러를 긴급 지원받았고, 최근 추가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하필 이런 와중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전격 채택하면서,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IMF와의 협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켈레는 "암호화폐 채택이 엘살바도르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IMF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술 더떠 "3BTC를 낸 사람에게 영주권을 부여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엘살바도르 효과'로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주말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12일 오후 7시 기준 업비트 4120만원, 빗썸 4118만원, 코인원 4113만원, 코빗 411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과 비교해 3~4% 낮은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랜만에 업비트 거래대금 1위에 올랐으며 칠리즈, 이더리움, 리플, 에스티피, 이더리움클래식, 썸씽, 룸네트워크, 람다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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