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재정 건전성 복원 시급하다

입력 2021-06-13 17:24   수정 2021-06-14 00:22

공공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촉발된 공기업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방만한 재정 운영은 도를 넘어섰다. 해체 수준의 혁신을 약속한 정부의 LH 개혁은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토지개발, 주거복지 등 핵심 기능은 놔둔 채 인력 감축과 투기 재발 방지 및 악습 근절이라는 ‘무늬만 개혁’에 그쳤다. 주택 공급이라는 공기업의 핵심 역량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절반의 개혁이다.

도덕적 해이, 방만 경영, 철밥통 정서에 메스를 가해야 공기업 개혁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경영능력과 혁신 의지를 갖춘 인사를 발탁해야 책임경영이 구현된다. 최근 적발된 관세평가분류원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비리는 무분별한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의 부산물이다.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코드 인사가 극성을 부릴 것이다. “멀쩡한 공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말에서 추락하는 공기업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월 “대형 공기업의 높은 부채는 재정 건전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과다 차입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재정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경 편성을 주문했다. “온 국민이 으쌰으쌰 힘을 내고 소비를 진작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2월 발언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재정적자는 역대 최대인 112조원을 기록했다. 국가채무비율은 42.6%로 상승했다.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원에서 올해 966조원으로 늘어난다. 내년에는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채무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26년 69.7%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과도한 재정적자는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의 신용평가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 일본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재정적자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국가채무비율이 5년 내 20%가량 상승한 국가가 신용평가등급을 유지한 사례는 드물다.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도 의문시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초기 지원금의 소비진작효과를 30% 선으로 추정했다. 지금은 돈을 풀기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재정을 아끼고 부채 축소에 힘써야 할 때다.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은 재정 건전성 복원을 위한 대책에 착수했다. 코로나19로 한껏 부풀려진 공공부문 지출의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자영업 손실 보상과 취약계층 선별 지원에 그쳐야 한다. 영국의 전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의 주장처럼 국가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하게 된다.

예산 낭비를 막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예타 덕분에 1999~2019년 144조원의 예산이 절감됐다. 지난 4년간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96조원을 넘어섰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83조원을 웃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예타 수술론’을 주장한다. 예타 대상 축소, 특정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나 완화를 규정한 20여 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예타는 재정의 정치화를 막고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걸러내는 최소한의 장치다. 선심성 사회간접자본 검증에 적신호가 울렸다. 예타가 정치가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공무원 수가 1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직전 4개 정부에서 늘어난 공무원 수보다 많다. 민간부문의 고용 한파와는 크게 대조된다. 선거 공약대로 17만4000명을 9급으로 채용하면 앞으로 30년간 약 328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도 9만4000명 늘었다. 앞으로 늘어날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 몫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공무원 1인당 평생비용은 30억원을 웃돈다.

우리나라는 미증유의 인구 위기를 겪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급락했다. 생산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고 잠재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다. 애민지본 재어절용(愛民之本 在於節用).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절약해서 쓰는 데 있다’는 다산 선생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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