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내일의 대한민국 준비하는 경제총조사

입력 2021-06-13 17:23   수정 2021-06-14 11:44


전체를 조사하거나 분류할 때 기본은 ‘중복 없이, 누락 없이’ 세는 것이다. “다 잘하고 있는데 너희가 지금 안 되는 게 딱 두 가지가 있어. 공격과 수비야!” 이는 어느 대학 농구 감독의 전설적인 작전타임 어록이다.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완벽하게 중복 없이, 누락 없이의 분류 원칙을 따른 작전 지시다. 이번 2020년 기준 경제총조사는 전국의 사업체를 중복 없이, 누락 없이 조사해야 한다. 조사 성격상 중복이야 없겠지만 누락을 없애려면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조사 대상 업체가 조사에 불응하면 조사 결과는 대표성을 잃어 오늘의 경제는 잘못 기록된다.

표본조사에서 대표성 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사례가 있다.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이제스트사는 공화당의 랜던 후보가, 갤럽은 민주당의 루스벨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두 여론조사업체의 예측은 왜 엇갈렸을까? 다이제스트사는 전화번호부와 클럽명부에 등재된 사람 위주로 조사했다. 예나 지금이나 클럽은 부의 상징이다. 당시 전화를 가진 사람은 부유했다. 부자는 세금을 올려 재정지출을 늘리자는 루스벨트를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다이제스트사 조사에서 대상의 중복은 없었지만 가난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빠졌다. 이를 눈치챈 갤럽은 전체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도록 이른바 무작위 표본 추출이라고 불리는 임의 추출 방식을 적용,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해 결과적으로 다이제스트사보다 더 나은 통계를 생산했다.

오늘부터 7월 30일까지 전국적으로 경제총조사가 펼쳐진다. 경제총조사는 인구총조사, 농림어업총조사와 함께 5년마다 실시되는 국가 기본통계다. 우리나라 모든 사업체의 규모와 특성을 파악해 대한민국의 생생한 경제지도를 만든다.

더 나은 통계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필수 생산요소다. 통계청은 이번 경제총조사에서 몇 가지 새로운 조사 기법을 도입한다. 우선 경제총조사에서는 처음으로 기업통계등록부를 활용한다. 2017년부터 사업자등록 자료, 법인세 자료와 같은 ‘행정 자료’에 통계청 ‘조사 자료’를 추가해 모든 업체를 식별해 내는 기업통계등록부를 구축해오고 있다. 기업통계등록부를 활용하면 장소가 있는 업체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과 같이 물리적 장소가 없는 업체도 파악할 수 있다.

소규모 사업체에 한해서는 응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수조사 대신 표본조사 방식을 도입했다. 기업통계등록부로 파악한 약 667만 개 조사 대상 업체 중 5인 이상을 고용한 업체는 전수조사를, 4인 이하를 고용한 업체는 표본조사를 시행한다. 전체적으로 소규모 사업체의 응답 부담은 줄여 주고 조사에 드는 국가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조사 대상 사업체는 대면조사 대신 PC 등을 활용한 비대면 조사를 선택할 수 있다. 대면조사도 조사원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현장 조사를 시행한다. 조사 내용은 통계법에 따라 철저히 그 비밀을 보호한다.

경제총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사업체의 규모, 업종별 경영 실태 등을 읍·면·동 단위까지 빠짐없이 기록하고자 한다. 우리 경제를 속속들이 안내하는 정밀한 소상공인 지도와 산업지도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혁명 시대에 급변하는 산업과 소비 추세를 알아볼 수 있다. 창업에 나서는 사람은 지역별·산업별 경쟁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사업 변경 및 확장을 위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경제총조사 결과는 정책 수혜 대상에서 소외된 소상공인과 기업인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마련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도 인구총조사와 농림어업총조사에 성실히 응답해 주신 것처럼 이번 경제총조사에도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소상공인과 기업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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